앵커 : 유럽연합은 북한의 인권대화 재개 제안에 아직 합의한 바 없으며 적합한 절차를 밟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익명을 요구한 유럽연합 관계자가 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리동일 차석대사는 지난 7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사상 처음으로 북한 인권 설명회를 열고 유럽연합과 내년에 인권대화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유럽연합 관계자는 지난 9월 북한 노동당의 강석주 국제비서가 유럽연합 스타브로스 람브리니디스 인권특별대표에게 인권대화 재개를 제안했지만 유럽연합 측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유럽연합 관계자 : 북한은 2000년 대 초 중단된 인권대화 재개와 람브리니디스 인권특별대표의 북한 방문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유럽연합은 조심스럽게 절차를 밟아 논의해 나갈 것입니다. 아직 합의된 사항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북한의 리 차석대사가 올해 말쯤 북한과 유럽연합의 정치대화가 있을 것이며 내년에는 인권대화도 가질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유럽연합 회원국들 간에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입니다.
유럽연합 관계자 : 유럽연합은 1998년부터 북한과 정치대화를 해 왔는데 마지막 정치대화는 2011년이었습니다. 북한에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통로로 정치대화를 갖는 문제를 회원국들과 협의할 것입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지난 9월 강 국제비서 등 북한대표단이 유럽연합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했지만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을 만나지 못했던 점도 지적했습니다.
유럽연합은 2001년 북한과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인권대화를 시작해 북한 주민의 기본권 훼손 등을 지적했지만 북한 당국은 북한의 인권 상황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했습니다. 이어 유럽연합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북한인권결의안 제출을 주도하는 등 지속적으로 북한의 인권문제를 제기하면서 북한과 유럽연합 간의 인권대화는 중단됐습니다.
북한이 유엔에서 사상 최초로 지난 7일 개최한 북한 인권 설명회에는 유엔 북한대표부의 리 차석대사, 김성 참사관, 최명남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 등이 참석해 북한의 인권 상황이 열악하지 않으며 국제사회와 북한 인권에 관한 대화와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사회가 추진하는 유엔 북한 인권 관련 결의안을 반대하며 북한에는 정치범 수용소가 없다는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이번 설명회는 다음 달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 추진 등 북한 인권 유린의 책임자 처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압박이 높아지는 데 대해 북한이 적극적으로 방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