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북한에서는 24개 범죄행위에 대한 사형집행이 가능하다고 프랑스 파리에 기반을 둔 국제인권단체 '국제인권연맹'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워싱턴 엔 리 대학(Washington & Lee University) 법과대학의 스피디 라이스(Thomas H. Speedy Rice) 교수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당국은 주민에게 공포감을 조성해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형제도를 광범위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라이스 교수 : 북한에서는 정부 조직 기구 전반에 걸쳐 사형 제도를 주민 통제를 위한 '공포의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국제인권연맹(FIDH: International Federation for Human Rights)과 라이스 교수 등이 공동 작성한 ‘북한의 사형제도: 전체주의 국가기구(Death Penalty in NK: the machinery of a totalitarian state)’라는 보고서는 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5회 사형제도 반대 세계대회(World Congress Against the Death Penalty)에서 배포돼 북한 사형제도의 심각성을 고발했습니다.
국제인권연맹은 영어, 프랑스어, 한국어로 작성된 이 보고서에서 북한은 주민의 생명권을 보장하지도, 사형을 금지하지도 않으며 매우 자의적이고 주관적으로 사형을 집행하고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에서는 사형집행이 가능한 범죄의 수가 24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국유 또는 군사물품 파괴, 위폐제조, 밀수 등 9개 죄목에 대해서는 사형이 ‘의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같이 특정 범죄에 대해 법원이 사형만을 언도하도록 하는 의무 사형제는 범죄행위에 대해 정상을 참작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인권침해 행위라고 보고서는 지적합니다. 남북한 모두 사형제도가 있지만 남한은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한 적이 없는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입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 12월 한국에 파견된 국제인권연맹 조사단이 확보한 헌법, 사형집행과정, 절차, 공개처형 실태 등에 대한 한국 정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인권단체 관계자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북한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고, 당국이 모든 정보를 극도로 통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사단은 지난 20여 년 간 북한을 포함한 세계 사형제도를 연구한 법학자인 라이스 교수 이외에 한국 현대사를 연구한 마리-오란쥬 리브-라산(Marie-Orange Rive-Lasan) 파리 제7대학 교수 등의 전문가로 구성됐습니다.
라이스 교수는 지난해 사형을 집행한 국가는 북한을 포함해 21개국으로, 특히 북한에서는 1950년대 이후 사형집행 건수가 수 천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증언 내용에 따르면 공개처형의 경우 총살형이 가장 많고 교수형도 있었는데, 비밀처형의 경우 화형도 있었다고 라이스 교수는 덧붙였습니다.
라이스 교수 : 국제사회에서 매우 드문 처형을 목격한 사람들의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최소한 수 차례 비밀리에 화형에 처했다는 것인데요. 국제법은 물론 북한 형법도 임산부의 사형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이 임산부를 강제낙태 시키고 태아와 산모를 처형하고 있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보고서는 유엔 북한 대표부를 통해 북한에도 전달됩니다. 보고서는 북한이 정치범수용소에서의 공개 처형을 중단하고 사형집행에 대한 통계를 국제사회에 상세히 공개할 것, 형법을 국제인권기준에 맞게 개정할 것 등을 촉구합니다.
또한 보고서는 지난 3월 유엔인권이사회에서 설립된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정치범수용소에서의 공개처형 등 북한의 사형제도 남용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