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반범 사형' 조항 90년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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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주민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기존의 형법 조항에 부칙조항을 신설하고 무거운 일반 범죄에 대해서도 사형할 수 있도록 법을 강화했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일반 범죄자들도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부칙 조항을 신설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2007년 12월 채택된 이 부칙 조항은 기존의 형법 조항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국의 북한 법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장명봉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숩니다.

“원래 부칙의 조항들이 본문에 들어가야 되는데 (북한이)본문과 별도로 부칙을 따로 제정을 한 거예요. 그런데 부칙에는 사형조항들이 많지 않아요. 극히 무거울 때라든지, 특히 무거운 경우, 그러니까 아주 무거운 경우에는 사형에 처하고 그것은 바로 재판규범으로 역할을 하는 거지요.”

북한이 제정한 형법 부칙 전문에 따르면 모두 23개 조항 중 16개 조항에 대해 ‘극히 무거운 형태’이거나 ‘특히 무거운 형태’의 범죄로 규정하고 최고 사형까지 처할 수 있도록 되었습니다.

북한이 형법 부칙 조항을 신설하기 이전의 형법 조항에는 반국가 범죄(내란, 테러행위, 공화국전복탈출, 민족반역행위)와 고의살인죄 등 5가지 범죄에 대해서만 사형을 집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신설된 형법 부칙 조항에는 ‘극히 무거운 형태의 범죄’로 “전투 기술자재 및 군사시설 고의 파손 죄, 국가재산 략취죄, 국가재산 강도죄, 국가재산 고의 파손 죄, 화폐위조죄, 귀금속 및 유색금속 밀수 밀매 죄, 마약 밀수밀매, 개인재산 강도죄”를 정하고 이러한 범죄에 한해서는 최고 사형까지 처하도록 되었습니다.

특히 ‘무거운 형태의 범죄’ 항목에는 “교화인 도주죄, 불량자 행위 죄, 성매매 알선죄, 고의적 중상 죄, 유괴죄, 강간죄”를 포함시키고 최고 사형까지 집행하도록 했습니다. 형법 부칙 조문 제8조에서 ‘국가자원 밀수죄’를 최고 사형까지 처하도록 하고, 제9조에서 “외화를 다른 나라 은행이나 회사 같은 데 맡긴 자는 10년 이상의 로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한 것은 북한에서 범람하고 있는 외화벌이를 제한하고 외화를 해외에 빼돌리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형법 부칙 제13조에서 다른 나라 사람을 비법 적으로 협조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한 것은 탈북자 방조와 북-중 국경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불법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제정한 형법 부칙은 한국의 부칙조항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어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상훈 연세대학교 형법교숩니다.


“(한국에서는)부칙이 대개는 경과규정 같은 것을 많이 하지요, 이걸 언제부터 시행한다, 그런 것도 하고, 또 다른 법률을 개정한다고 할 때 새로운 법을 만들거나 개정할 때 당장 적용하기 어렵지 않아요. 거기에 대해서 경과조치로서 하는 경우가 많지요.”

한국의 형법 부칙은 법을 새롭게 개정하거나 신설할 때 그의 효력이 언제부터 발생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지만, 북한의 형법 부칙은 기존의 형법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해당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이렇게 제정한 형법부칙 규정을 일반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부칙 전문도 북한이 2007년 12월 1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2483호로 채택했지만 여태까지 공표하지 않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북한이 2007년에 형법부칙을 처음으로 제정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북한에서 살다 온 탈북자들은 90년대 중반부터 사형수들에 부여되는 ‘부칙 49조’가 있었다고 말합니다. 2004년 북한 감옥에서 수감생활을 했던 탈북자 박민수씨의 말입니다.

“내가 안전부 구류장에 있을 때 그 때 우리 옆에 감방에 사형수가 한 명 있었는데, 그 사람은 교화소로 나왔는지 아니면 바로 사형장으로 끌려갔는지 모르겠어요. 전선을 절단했냐 아니면 통신선을 절단했냐. 여기에 따라서 보통 전선 절단은 13~15년이 최고거둔요. 그리고 통신선 절단을 부칙 49조에 붙여서 사형이 집행되는데 어쨌든 100% 죽이기는 다 죽여요.”

북한이 이러한 사형 형법 조항들을 일반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아 죄를 범한 주민들은 감옥에 끌려가서야 자신이 사형된다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워했다고 박민수 씨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