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탈북자 도운 한인 목사 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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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의 비밀경찰(KGB)이 시베리아 원동지방에서 떠도는 북한 노동자들이 자유세계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인 목사에게 간첩혐의를 씌워 최근 추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세한 소식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의 하바롭스크 지방에서 기독교 선교를 하던 이우복 목사는 얼마 전 러시아당국으로부터 추방명령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러시아 벌목장을 이탈한 북한 노동자들을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현재 러시아 입국 비자가 거부되어 한국 서울에 머물고 있는 이 목사의 말입니다.

이우복 목사: 러시아 정부가 (처벌이 두려워)북한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많은 형제들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도와주는 모습을 보이면 정치적인 문제로 보고, 간첩혐의로 추방시켜 5년 동안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가 간첩혐의를 받게 된 것은 지난 2010년 북한 벌목공 7명이 자신의 교회에 찾아와 도움을 청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이목사의 도움을 받아 현재 미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한 탈북자의 말입니다.

러시아 출신 북한 난민: 우리가 신변이 위급한 때에 다 노출되고, 북한 보위부가 잡으려고 포위망을 좁힐 때 제가 목사님을 만나서 길을 알게 되었지요. 그분이 잠깐 정보를 알려주었을 뿐인데……

이 탈북자는 "러시아에 나온 북한 노동자들은 당국이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아 작업장을 이탈해 떠돌이를 하고 있다"면서 "이 목사는 이런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일자리도 소개해주고 밥도 지어주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우복 목사는 "당시 북한 노동자들이 북한 보위부에 체포되어 강제 송환되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 큰 고통을 당한다는 말을 듣고 자유세계로 가고 싶다는 그들의 열망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한국의 구원단체를 소개해주었는데 러시아정부는 이를 간첩혐의로 비화시켰다"고 말했습니다.

러시아경찰은 이 목사가 도와준 북한 이탈자들이 한국과 미국행에 성공하게 되자, 정보를 제공한 이 목사를 근 2년간에 거쳐 조사했습니다.

러시아 경찰은 어떻게 되어 북한 이탈자를 도왔는지 솔직하게 말하면 계속 선교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며 이 목사를 조사한 끝에 결국 추방령을 내린 겁니다.

이 목사는 "러시아 정부도 탈북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영하 40도가 넘는 혹한 속에서 비인간적으로 살고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 자신은 같은 동족으로서 돕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우복 목사:
(북한 이탈자들이)직장도 제대로 없지, 굶주리고 있지, 그렇다고 해서 러시아 정부가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그런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나라로 가서 자유를 찾아 마음껏 살게 해주면 그 사람들을 축복해주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 목사는 러시아에 근 10년 동안 머물면서 현지 장애인들과 고아들을 도와주어 러시아인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왔으며 특히 하바롭스크 주정부로부터 여러 번 감사패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로 더는 입국할 수 없게 된 그는 "그동안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벌려놓은 사업들이 많은데, 모두 정지상태에 놓이게 되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