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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북한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국군포로, 납북자 8만여 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행사가 서울 광화문 원표공원에서 열렸습니다.
서울의 노재완 기자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집에서 입속으로만 불러보던 우리 남편의 이름을 여기 광화문 네거리에서 부르게 됐는데, 제 말이 지금 남편이 있는 데까지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당신..”
25일 오전 광화문 네거리에 있는 원표공원.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가족들이 나와 북한에 강제로 납치돼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고 있습니다.
비가 오고 바람 부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가족들은 행여 한 사람이라도 이름을 빠뜨릴까 일일이 손으로 짚어가며 또박또박 읽어 나갑니다. 목 놓아 부른 아버지, 남편의 이름이 한반도 북녘 끝까지 울려 퍼지길 염원하는 모습입니다.
[녹취: 이미일,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
“당신들은 비록 희생의 길을 가셨지만, 오늘 대한민국의 발전한 모습을 보시면 대견해하시라 생각합니다.”
호명은 국군포로를 시작으로 민간 납북자와 일본인 납치 피해자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이들의 이름을 모두 부르는 데 걸리는 시간만 어림잡아 48시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녹취: 전태희,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
“6.25때 납북된 민간인을 비롯해 일본인 납북자, 국군포로 등 8만 3천여 명을 포괄적으로 이틀에 걸쳐 부르게 됩니다.”
이날 납북자 이름 부르기 행사에는 91세의 고령인 김복남 할머니가 나와 잃어버린 남편의 이름을 애절하게 불러 주변을 숙연케 했습니다.
가족들은 아직도 국군포로와 민간인 납북자에 대한 생사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국민들의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인터뷰: 김영희, 납북인사 가족]
“6.25전쟁 60년이 지난 지금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아버님 생각만 하면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정부와 국민들, 특히 젊은 분들이 좀 더 관심을 많이 가져주었으면 좋겠어요.”
이날 행사에는 납북인사 가족 외에도 탈북자 단체 대표들과 미국에서 온 북한인권운동가들, 그리고 국회의원 등 각계 인사들도 많이 참석했습니다.
[녹취: 박선영, 자유선진당 국회의원]
“대답 없는 메아리가 아니라, 불러도 대답 없는 그분들의 성함이 아니라, 그분들이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계시든 간에 우리들의 정성과 사랑이 전해지는 그런 순간이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에 따르면 북한은 전쟁의 혼란을 틈타 지식인 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대거 납북했습니다.
남한 내 친북좌익 세력을 동원해 납치대상을 선별하고 조직적으로 이들을 납치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당시 납북자 대부분은 자택 근처에서 가족과 강제로 헤어져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