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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명절을 앞두고 요즘 남한의 곳곳에선 탈북자들을 위한 다채로운 행사가 많이 열리고 있는데요. 경기도 평택에서 탈북 주민들을 위한 추석맞이 행사가 열렸습니다.
서울의 황은희 기자가 행사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추석을 맞이해서 여러분들 생애에서 오래오래 기억이 되는 뜻 깊은 날이 됐으면 합니다.”
지난 3일, 경기도 평택시 영천관광호텔에 자리한 한 연회장,
탈북자들을 위한 추석맞이 행사에 모두130여 명의 탈북자들이 모였습니다.
민주평통, 그러니까 민주평화통일자문회가 주최한 ‘추석맞이 한마당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 입니다.
민주평통 평택시협의회는 추석을 맞아 평택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들을 초청해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로하고 함께 했습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민주평통) 평택시협의회 한인희 회장입니다.
한인희: 이 분들이 추석 때가 되어도 고향을 찾을 수가 없기 때문에 향수를 달래드리기 위해서 고향을 생각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행사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통일에 대비해서 남한 국민들과 가까워질 수 있고 여기의 모든 풍습에 젖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행사에는 탈북자외에 평택시민 등 총 2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추석맞이 탈북자 한마당 축제’는 해마다 열리고 있는데 올해로 5회째를 맞았습니다.
행사 시작과 함께 탈북자들은 송편을 만든 후 합동으로 차례를 지냈습니다.
진행자: 북한에서나 남한에서나 조상 모시는 데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4대 명절 가운데는 설날, 추석, 한식, 단오가 있습니다. 특히 남한에서는 설날과 추석에 조상들에게 차례를 모시고 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평택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인 여성 4명으로 구성된 참누리무용단이 공연을 해 참석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분홍색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참누리무용단의 단원 와시미네 모토코씨는 탈북자들이 자신들의 공연을 보고 조금이나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와시미네 모토코: 저희도 새터민이나 우리 이주여성이나 똑같은 입장이고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노력해 조금 힘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공연하러 왔습니다.
이날 초청 공연에는 참누리무용단 외에도 여러 단체가 참여했습니다.
탈북자를 돕는 통일무지개 자원봉사자의 말입니다.
자원봉사자: 탈북자들과 매년 행사를 같이 해보는데 탈북자들이 저희랑 함께 하는 시간을 너무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저희가 또 자그마한 추석선물을 준비 해봤습니다.
초청 공연이 끝난 뒤 탈북자들의 장기자랑도 이어졌습니다.
탈북자들의 흥겨운 노래 가락이 울려 퍼지자 객석에 있던 사람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어깨를 들썩이며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장기자랑 음악)
탈북자초청 위로행사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깊어지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비록 부모형제와 함께 하지 못하는 추석 명절이지만, 탈북자들은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감사의 표시를 했습니다.
탈북자 김영옥(가명)씨와 박영남(가명) 씨의 말입니다.
김영옥: 한국에서 두 번째 추석을 맞아요. 고향에 딸 두 명을 두고 왔으니 많이 생각나고 손주도 보고 싶고 그래요. (추석을 맞으면 우선 부모님 산소도 못 가고 오빠들도 다 돌아가시고 안계세요. 거기다 남편까지 돌아가고 하다보니 산소도 못가고.... 그렇다고 한국에 와서 눈물 흘려도 쓸데없는 눈물이 돼서) 대한민국에서 우리를 생각해서 이렇게 잘 해주니까 기쁘고 고맙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같이 웃으면서 즐거운 명절처럼 지내니까 기쁩니다.
박영남: 할머니, 어머님 산소가 모두 북한에 있어요. 두고온 고향생각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어요. 앞으로 통일되는 그 날까지 이런 행사가 계속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행사가 끝난 뒤 탈북자들은 주최 측에서 마련한 기념품을 한아름 안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명절이 다가 오면 북녘 가족과 친지에 대한 그리움이 더하다는 탈북 주민들.
하루빨리 통일이 되어 북녘 고향 땅을 마음껏 오갈 수 있는 날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