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라튜 “카다피 죽음 김정일에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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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리비아의 독재자 카다피의 말로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독재는 영원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정권은 중동 지역의 민주화 열풍이 북한으로 전해지는 걸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제 라디오 방송 등을 통해 외부 소식을 듣는 일반 주민을 제외하곤 카다피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아는 이가 아직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합니다.

하지만 김정일 위원장을 포함한 고위층 간부들은 카다피의 비참한 최후를 이미 다 알고 있을 것이며, 따라서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하고 있을 것이라고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말합니다.

스칼라튜: 카다피는 리비아의 정권을 42년 동안 잡고 있지 않았습니까. (김정일 위원장은) 42년간 집권한 카다피의 말로를 보고 많은 걱정을 했을 겁니다. 정권을 몇 십 년 동안 확실하게 잡고, 국민을 굶기고, 탄압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겁니다.

지역안보 관련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주말 서울을 찾은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인류 역사의 흐름을 보면 이번 리비아 사태가 북한 정권에 시사하는 바를 알 수 있다”고 말합니다.

스칼라튜: 인류의 역사를 보면, 한 독재자가 한 나라의 정권을 몇 십 년 동안 잡더라도 영원히 가지는 못합니다. 튀니지의 벤 알리 정권도 무너졌고,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도 무너졌고, 이젠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도 그렇게 비참하게 무너졌는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설마 중동 지방에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그러한 중동의 독재 정권은 다 무너지지 않았습니까.

한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리비아 시민군이 카다피를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즉결 처형한 점은 리비아의 전환기에서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카다피가 아무리 독재자라고 하더라도 민주주의적인 방법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했어야 한다는 겁니다.

루마니아 출신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독재자 차우셰스쿠도 약식 군사재판 당일에 처형됐으며, 뒤이은 사회적 논란으로 인해 루마니아는 다른 동유럽 국가들보다 자유민주주의 사회로 향하는 전환기가 길었다”고 설명합니다.

스칼라튜: 리비아의 경우에도 적절한 재판이나 절차 없이 카다피가 비참하게 죽었기 때문에, 앞으로 리비아가 민주주의 사회를 건설하는 데 어려움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리비아는 다른 중동 나라보다 전환기가 더 길고 더 복잡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차우셰스쿠 공산 정권의 붕괴 후 1990년 루마니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에서 국비 장학생으로 유학했습니다. 이후 미국에서 국제 인권법을 공부했으며, 지난 8월 워싱턴에 있는 북한인권위원회의 사무총장으로 취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