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범 수용소, 경제사범 수용소로 변질”

MC:

‘정치범 수용소’로 운영돼 오던 북한의 강제 수용소가 최근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인민들을 ‘경제사범’으로 가두고 뇌물을 강탈하는 곳으로 바뀌고 있다고 미국의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연구소 선임 연구원이 밝혔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미 의회가 설립한 동서센터(East-West Center)에서 최근 발표한 ‘북한의 억압과 처벌’ 보고서의 공동 저자인 놀랜드 선임 연구원은 17일 미 의회에서 열린 보고서 발표회에서 북한이 정치범을 탄압하기 위해 만든 정치범 수용소가 최근에는 주민들의 시장 경제활동을 억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놀랜드 선임 연구원은 주민들의 시장경제 활동이 늘어날수록 사적인 거래 과정에서 생기는 이윤을 갈취하는 당국자들의 부패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시장에서 상거래를 하다 붙잡힌 주민들은 수용소에 가는 일을 피하기 위해 뇌물을 바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Noland: 북한에서 경제범은 노동을 위해 불법적으로 돈이나 물건을 거래하는 사람과 불법적으로 식당이나 가게, 여관을 운영하는 사람 등 광범위하게 분류되고 있습니다.

놀랜드 선임 연구원은 1990년대 중반 이후부터 심각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시장은 식량의 주요 공급처이자 돈을 벌 수 있는 일터가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시장 경제 체제가 북한 내부에 확산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주민들의 상거래 행위를 금지했고 이들을 경제범으로 체포해 수용소에 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의 경제범들이 적법한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감된다는 점이라고 놀랜드 선임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Noland: 북한 경찰의 체포 과정의 기본적인 특징은 자의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조사 대상이 된 탈북자의 88% 가 재판이나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수용소에 구금됐다고 답변했습니다.

놀랜드 선임 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범들은 체포될 경우 대부분1년 이하의 가벼운 형벌을 받고 낮은 수준의 노동 교화소에 보내지며, 뇌물을 낼 경우 석방됩니다.

그러나 정치범들이 수감되는 관리소에 비해 형량의 수준이 비교적 낮은 경제범들이 수감되는 노동 교화소라고 해서 폭행이나 고문의 수준도 낮은 것은 아니라고 그는 지적했습니다. 즉 노동 교화소에 수감된 경제범들에게 처형과 고문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장면을 목격하게 함으로써 재범을 막고 다른 주민들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놀랜드 선임 연구원은 이번 조사 결과, 북한 주민들은 뇌물공여와 부패, 그리고 불평등이 만연한 체제 속에서 여전히 고통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놀랜드 선임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의 억압적인 수용소 제도로 인해 북한에서 집단으로 체제에 항거할 수 있는 움직임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