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영화 ‘숙녀와 수용소’ 제작

0:00 / 0:00

앵커: 한국의 한 젊은 영화감독이 최근 북한의 인권을 다룬 영화 한편을 내 놨습니다. 기존의 탈북자 중심의 영화가 아닌 정치범수용소 안에서 벌어지는 수감자의 심리상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홍알벗 기자의 보도입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북한의 한 정치범수용소.

강냉이죽 한 그릇과 담배꽁초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짐승처럼 싸움을 벌이는 이곳에 어느 날 한 수감자가 숙녀 한 명을 데리고 들어 옵니다.

하지만 이 숙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여인.

눈에 보이지 않아도 숙녀 앞에서 남자답게 그리고 신사답게 행동하자는 새로운 행동규칙 덕분에 수감자들은 변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희망을 품고 자유를 찾아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합니다.

지난 13일 한국 서울에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를 그린 37분짜리 단편영화 ‘숙녀와 수용소’의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 그리고 촬영까지 도맡았던 이 다 감독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믿음이 있다면 철저하게 유물론적인 사회를 극복하고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다 감독: 북한이 결국은 유물론적인 사회잖습니까. 하지만 그 사회를 지탱하는 힘은 사실은 우상숭배, 신격화 뭐 그런 허구적인 것들 인데요. 그런데 그 속에서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은 결국은 유물론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유물론적인 현실 때문에 더 고통을 당해야 하는데, 이 영화의 핵심은 눈에 보이는 현실을 눈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나 가치들이 분명히 극복하고 지배하고 정복하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감독은 프랑스의 유명 소설가 로맹가리의 소설 ‘하늘의 뿌리’ 가운데 독일 나치의 유태인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진 일을 읽고 영화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다 감독: 나치포로수용소나 북한 정치범수용소의 공통점은 인간성의 상실, 완벽하게 인권을 잃어 버리고 존엄성을 완전히 박탈당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죽는 사람도 있지만 살아남은 사람도 있잖아요. 과연 살아남은 사람들은 왜 살아남았을까 하고 고민을 했어요. 죽음이 눈앞에 있지만 인간다움을 회복하려고 마지막까지 몸부림치는 사람들에게는 결국 희망이라는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사 바로세우기 관련 영화를 제작해 오고 있는 영화제작사 키네마인의 손영선 대표는 영화를 통해 얻게 되는 수익금의 일부를 북한 인권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손영선 대표: 평상시에 이런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하늘의 뿌리'라는 책을 보면서 거기에 있는 (유태인 포로수용소에 관한) 이야기를 지금 현재 북한의 현실과 잘 접목을 시키면 메시지를 영화에 담아서 널리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영화로 만들게 됐습니다.

한편 ‘숙녀와 수용소’는 오는 10월 개최되는 부산영화제에 출품돼 있는 상태이며, 앞으로 미국의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해 전세계 각종 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입니다.

또한 키네마인 측은 지난 4월 미국 뉴욕의 한국 역사, 문화 홍보단체인 스포트라이트 코리아와 미국 중고등학생 인권 교육교재 개발을 위한 상품화 협약을 완료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