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 인권∙민생문제 부각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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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과의 ‘2.29합의’를 무시하고 로켓 발사를 강행한 이후 미국 관리들은 거듭 북한의 민생문제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주민들도 제대로 못 먹이면서 무슨 대량살상무기 개발이냐’는 논리인데 미국이 그간 핵문제 위주의 대북 접근법에 변화를 주려는 신호탄인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지난 13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곧바로 내놓은 말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굶주림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로켓 발사에 막대한 재원을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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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ama

)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굶주리는 상황인데도 수천만 달러를 제대로 작동되지도 않는 로켓 발사에 쏟아 붇고 있습니다. (They make all these investments, tens of millions of dollars, in rockets that don't work at a time when their people are starving.)

또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지난 16일 북한의 젊은 새 지도부는 핵보유국이 되려하기 전에 북한 주민을 부양하는 데 힘쓰라고 권고했고 18일 미국 CNN방송에 출연해서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북한 주민의 민생문제부터 챙기라고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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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inton

) 수많은 북한 주민을 굶주리게 하는 실패한 경제체제에서 벗어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Move away from a failed economic system that has kept so many of your people in starvation.)

그 밖에도 백악관과 국무부 관리들은 최근 연일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백악관의 경우 지난 14일 벤 로즈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이 북한의 식량난을 거론했고 24일 제이 카니 대변인도 식량 조달과 경제개발 대신 무기 개발만 우선하는 북한 정권이 굶주리는 북한 주민들을 방치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

Carney

) They certainly do nothing to help the North Korean people, many of whom are starving because of the predilection of the North Korean regime to spend the money it has on weapons systems rather than food and economic development.

국무부 대변인의 경우 지난 20일과 23일, 또 24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의 김정은 정권에 북한 주민을 우선 잘 먹이고 보살피라고 강조했습니다.

23일 빅토리아 눌런드 대변인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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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land

) 미국은 북한의 새 지도부가 태도를 바꿀 것을 촉구합니다. 북한 체제를 개방하고, 주민들이 잘 먹고 존엄성을 갖고 살 수 있는 21세기 현대사회로 나아가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We call on the new North Korean leadership to change course; instead put their effort into moving their country into the modern world, into the 21st century, opening up the system and giving their people the right to live in dignity and with openness, well fed, et cetera.)

이러한 미국 당국자들의 거듭된 발언의 공통점은 북한 당국이 꺼려하는 민생 문제, 또 인권 문제를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문제와 연계해 거론한다는 점입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워싱턴의 한 북핵문제 전문가는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에 일일이 대응하는 것보다 북한 당국이 아파하는 곳을 건드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워싱턴 소식통도 “미국이 김정은 체제와 관련된 민생, 인권 문제도 핵과 미사일 등 비확산, 군축 문제와 함께 거론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모양새”라면서 ‘인민을 굶기면서 무슨 핵개발이냐’란 논리를 내세우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특히 북한이 최근 ‘2.29미북합의’를 갑작스럽게 깨버리자 미국 정부는 대북협상의 한계를 다시 한 번 절감하면서 더 이상 북한이 원하는 핵 문제에만 집중하지 않고 북한이 꺼리는 인권문제 등을 전면적으로 거론함으로써 북한에 더는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면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래리 닉시 박사는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북한의 경제개혁을 통한 민생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지만, 이는 한국과 러시아, 심지어 중국까지 거론한 문제라면서 미국이 핵문제를 우선시하는 대북 접근법에 변화를 꾀한다고 판단하긴 아직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한국 이명박 정부 대외정책 분야의 핵심 관리인 김태효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이 지난 22일부터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기획관은 백악관과 국무부 관리 등을 만나 한반도 위기관리 방안과 더불어 새로운 대북 접근법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