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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 씨가 망명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해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을 나누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13년 전 일본에서 주체 사상을 강연하고 돌아가다 북경의 한국 대사관 영사부를 통해 한국으로 망명한 전 북한 노동당 비서 황장엽 씨에게 일본은 남달리 감회가 깊은 나라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주오(中央) 대학 야간 전문부 법과를 다니다 해방을 맞은 황장엽 씨는 주체사상을 강연하기 위해 일본에 자주 들렀습니다. 주체사상을 통해 사귄 일본인 친지도 꽤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방문을 마치고 4일 저녁 나리타공항에 도착한 황장엽 씨는 보도진에 일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가 도쿄의 한 호텔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8일까지 일본에 체재할 예정인 황장엽 씨의 모든 일정도 비밀에 부쳐졌습니다. 일본에는 조총련의 행동대인 ‘학습조’를 비롯해 조직원 5만 명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온라인 선전 매체 ‘우리 민족끼리’가 5일 “황가 놈이 도둑고양이처럼 숨어 다니지만 결코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처럼 황장엽 씨 신변에 위해가 가해 질 가능성이 가장 큰 곳이 바로 일본이기 때문입니다.
황장엽 씨를 일본으로 초청한 나카이 히로시 납치문제 담당 대신도 5일 오전 호텔로 황장엽 씨를 방문해 면담을 나누었습니다. 면담을 마친 나카이 대신은 “북한 정세와 납치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지만, 상세한 면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황장엽 씨는 이어 5일 저녁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한 참석자에 따르면 황장엽 씨가 “일본인 피랍자가 통역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납치된 일본 사람이 18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황장엽 씨는 8일까지 일본에 체제하는 동안 중의원과 참의원의 납치문제 특별위원회가 주최하는 모임에 참석해 북한 문제에 대해 강연할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는 일본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참석자 명단은 일체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황장엽 씨와 친교가 깊은 코리아 국제 연구소의 박두진 소장은 “황장엽 씨가 일본 당국에 개인적으로 방문할 곳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그곳이 어딘지는 황장엽 씨가 귀국한 뒤에나 밝혀 질 것 같다”고 말하면서 “철통같은 보안 때문에 나도 황장엽 씨를 만나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