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 인권조사위원회’ 설치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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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22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당국의 인권유린 실태를 조사할 별도의 위원회 설치 내용이 포함된 결의안이 채택됐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 결의안 채택 선언

2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속개된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 결의안이 표결 없이 47개 이사국의 컨센서스, 즉 전원 합의 방식으로 채택됐습니다.

이번에 채택된 북한인권 결의안의 핵심은 북한 당국이 자행하고 있는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유린 행태를 조사하고 기록할 독립적인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를 설치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47개 이사국 중 베네수엘라만 이 조사위원회 설치에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이날 회의에서 베네수엘라 대표는 표결 절차를 요구하지 않아 전원 합의 방식으로 결의안이 채택된 것입니다.

유럽연합과 일본이 공동 제안하고 미국과 한국 등 대부분 이사국들이 지지한 이번 결의안은 3명의 조사위원으로 이뤄진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를 설치해 1년 간 북한 당국의 인권유린 행태를 집중 조사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날 결의안 채택에 앞서 유럽연합(EU)을 대표한 아일랜드 대표는 그 제안 취지를 밝혔습니다.

아일랜드 대표: 너무나 오랜 시간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탄압에 희생되고 있습니다... 나비 필레이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마르주키 다루스만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으로부터 북한 당국의 인권 유린행태, 특히 이들 중 일부는 '반인도 범죄'일 수도 있는, 그런 행태를 기록하고 조사할 독립적 기구가 필요하다는 호소를 들었습니다.

앞서 지난 11일 이사회에 출석한 다루스만 보고관은 북한 당국이 자행하고 있는 인권유린의 유형(pattern)을 식량권 차단과 고문, 임의 구금, 표현과 이동의 자유제한, 그리고 외국인 납치 등 9가지로 분류하고 이들 중 대부분이 ‘반인도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결의안으로 설치될 독립적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이런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북한의 기관과 개인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조사하고 이런 행위가 ‘반인도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정확히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결의안을 공동으로 제출한 일본 대표도 북한 당국의 인권 개선 노력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일본 대표: 북한은 국제사회와의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북한 내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거듭 요구합니다.

이에 반발하고 나선 북한 대표는 결의안이 지적하고 있는 북한 당국의 인권 유린은 북한에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했습니다.

북한 대표: 북한은 세계 최고의 인권보호 체제를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북한 대표는 이번 결의안이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하기 위한 적대 세력들의 정치적 모략이라면서, 전면 배격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 이러한 북한 측 주장을 옹호하는 이사국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휴먼라이츠워치(HRW)와 국제앰네스티(AI) 등 국제 인권단체는 이번 결의안 채택을 크게 환영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줄리 데 리베로(Julie de Rivero) 제네바국장은 이날 결의안 채택으로 설치될 북한인권 조사위원회가 북한 당국에 의해 수십 년 간 자행돼 온 인권유린 행태를 외부로 노출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국제앰네스티 측도 성명을 통해 북한 당국은 유엔 조사위원회의 활동에 전면 협조해야 한다면서 이번 결의안 채택은 “인권 범죄에 책임 있는 사람들은 결국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북한 정권에 분명히 한 것”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번에 설치될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이 지명하는 2명의 조사위원과 이번 결의안 통과로 1년 임기가 연장된 마르주키 다루스만 보고관 등 3명의 조사위원으로 구성되며 보좌진 선발 등 실무 준비를 거쳐 6월 경 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사위원회는 올해 9월 유엔 총회와 내년 초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활동 결과를 보고할 예정인데 그 때 결의안 채택을 통해 1년 동안의 활동 기간은 또 연장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