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납북자 가족, 새정권 대북정책에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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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피랍자 가족들은 납치 문제에 관한 구체적인 해결 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16일 출범하는 3당 연립정권을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은 납치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자민당 정권이 퇴진하고 대북 정책이 불투명한 3당 연립정권이 출범하는 정국의 추이를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총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과 사민당, 국민신당으로 구성될 3당 연립정권은 연립정권 합의문에서 "납치문제 해결에 전력을 기울인다"고 표명했지만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해 압력을 중시할 것인지, 대화를 중시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요코다 메구미 씨의 부친 시게루 씨는 지난 3일 도쿄에서 열린 집회에서 "일본의 정권 교체가 납치 문제 교섭을 재개하는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피력했으나 아직 북일 양국은 어떤 낌새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의 구출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왔던 자민당 정치가들이 지난번 총선거에서 대거 낙선한 것도 가족 모임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큰 요인입니다.

예컨대 납치의원연맹의 나카가와 쇼이치 전 회장이 낙선한 것을 비롯해 니시무라 신고(개혁 클럽) 전 사무국장도 낙선의 고배를 들었습니다.

납치의원 연맹의 간부 중에서 유일하게 재당선에 성공한 사람은 히라누마 다케오(무소속) 회장입니다. 그러나 총선거에서 자민당 의석이 3분의 1로 줄어 든 것처럼 납치의원연맹에 적을 두었던 대다수 자민당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의 고배를 들었습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가족 모임은 나카야마 교코 납치문제 담당 총리 보좌관을 유임시켜달라고 각계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가족 모임의 이츠카 시게오 회장은 "나카야마 보좌관은 우리가 100% 신용하고 있는 사람이며, 납치문제는 당파를 뛰어 넘어 해결할 문제이기 때문에 꼭 그를 유임시켜 달라"고 민주당의 지도부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나카야마 보좌관이 2007년에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는 점을 들어 그의 유임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편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10일 교도 통신과 한 회견에서 "민주당 정권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양국의 관계 개선은 일본 당국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차기 총리는 10일 저녁 "핵, 미사일, 납치문제가 진전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북한의 책임"이라고 말하면서 "관계 진전은 어디까지나 북한 정부의 대응에 달려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일본 전문가들은 북일 양국은 상대방이 어떤 전략으로 나오는지 떠보기 위해 당분간 '장군 멍군' 식의 탐색전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