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의 북한 억류가 8개월 이상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의 가족들은 미국 정부가 배 씨의 석방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새롭게 밝힐 내용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해 11월 북한에 억류된 이후 ‘반공화국 적대범죄’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은 케네스 배 씨는 현재 북한 특별교화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 당국은 농사일 노동을 하며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배 씨의 근황을 언론을 통해 공개했고 자필로 쓴 그의 편지가 미국에 사는 가족들에게 전달되도록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배 씨는 이달 초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 온 ‘조선신보’와 인터뷰를 통해서, 또 이달 중순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자신의 건강 악화 상황을 밝히면서 미국 정부에 요청해 자신이 석방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지난 3일 미국의 뉴스전문 방송 CNN을 통해 공개된 조선신보의 배 씨 인터뷰 내용입니다.
케네스 배: 제 바람은 공화국 정부에서 선처해주시고 또 미국 정부에서 더욱 더 노력을 해주셔서, 조속한 시간 내에 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배 씨는 또 당시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당뇨병과 동맥경화증상 등이 있고 10여 년 전에 다친 허리 통증이 재발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 같이 배 씨의 수감 생활을 이례적으로 외부에 공개하고 가족들에게 자필 편지를 보내도록 허용한 것은 미국 정부가 민감한 인도적 차원의 자국민 보호 문제를 부각시켜 북한 측과 대화에 나서도록 만들려는 속셈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배 씨의 모친과 누이 등 가족들은 25일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미국 국무부와 매주 접촉은 하고 있지만 이제는 배 씨가 조만간 석방될 수 있도록 미국 정부가 신속히 나서리라는 믿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배 씨의 모친, 배명희 씨의 말입니다.
배명희: 전 미국 정부가 가만히 있지 말고 특사 파견 등 어떤 일이라도 해주길 부탁합니다. 엄마로서 정말 화가 납니다. 미국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입니까?
하지만 이 같은 지적에도 미국 국무부 측은 미국 정부가 해외에 있는 자국민의 안위를 최우선시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 내에서 미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스웨덴 측과 배 씨와 관련해 정기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북한 당국에 배 씨를 사면하고 즉각 석방하라고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국무부 측은 26일 배 씨 가족들의 적극적인 석방 노력 요구에 대한 반응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질문에 대해 앞서 내놓은 관련 발언 이후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밝힐 게 없다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