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배, 노동교화형 교화생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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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당국이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가 '특별 교화소'에 입소해 교화생활을 시작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지난해 11월부터 북한에 억류돼 지난달 말 ‘반공화국 적대범죄’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케네스 배 씨가 지난 14일부터 실제 형을 살고 있다고 북한 당국이 15일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언론은 이날 미국 공민(시민) 배준호가 ‘국가전복음모죄’와 관련된 북한 형법 60조에 따라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면서 지난 14일부터 특별 교화소에 입소돼 교화생활을 시작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노동교화형은 탄광 등의 주변에 설치된 교화소에 수감돼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신체형으로 살인, 강도 등 일반 형사범과 사기, 횡령 등 경제범 가운데 형량 2년 이상의 중범죄자에게 선고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가운데 북한의 구금시설에서 실제 형을 살며 수감생활을 한 경우는 배 씨가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최근 북한 사법체계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면서 북한 당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배 씨를 사면하고 즉각 석방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 사례와 같이 미국의 전, 현직 고위 관리 등을 특사로 파견해 북한에 억류된 미국 시민의 석방에 나서려는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국무부의 한 관리는 지난 10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배 씨 사안과 이와 관련한 국무부의 입장에 앞으로 오랫동안(for a long time) 별 변화나 진전이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해 배 씨 문제가 장기화 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앞서 케네스 배 씨는 자신의 사면을 위해 미국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의 AP통신은 지난 12일 평양발 기사에서 북한의 국책연구기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배 씨가 지난 10일 가족에게 전화를 걸고 자신의 재판 결과에 대해 항소할 수 없는 처지”라면서 자신의 사면을 위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스웨덴의 프레드릭 라인펠트 총리는 지난 14일 스웨덴의 수도인 스톡홀름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 나서 배 씨의 최근 상황에 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라인펠트 총리는 스웨덴 측이 “배 씨와 접촉하거나 그의 상황에 대해 북한 측과 대화하고 있느냐(Do you have any updates on access to Kenneth Bae or any sort of talks with the North Koreans on his status?)”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No, not really)”고 답했습니다.

프레드릭 라인펠트 총리: 스웨덴은 북한에 대사관을 두고 있고 여러 다른 나라를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 씨 사안과 관련해 새로운 대화 소식은 없습니다. (As you know, we are present there and also helping a lot of other countries, but I don't have an update on these talks.)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국책연구소 관계자가 이례적으로 AP통신에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사면 노력을 촉구한다는 배 씨의 말을 전한 것과 또 북한 당국이 배 씨에게 무거운 형을 선고하고 형 집행 사실을 곧바로 외부에 알린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는 자국민의 안녕과 안전을 무시할 수 없는 미국을 압박해 대미 대화를 도모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