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11개월 째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 모자의 상봉을 전격 허용했습니다. 배 씨의 모친 배명희 씨가 평양을 방문해 병원에 입원 중인 아들을 만났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 케네스 배 씨의 모친의 방북과 모자 상봉을 극히 이례적으로 허용했습니다.
배 씨의 모친 배명희 씨는 지난 10일 닷새 일정으로 북한에 도착해 11일 평양 소재 병원에서 아들인 케네스 배 씨를 만났습니다.
배명희 씨는 아들의 건강 상태가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면서 아들이 자신에게 “건강이 그리 좋지 않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고 일본 교도통신에 전했습니다.
배명희 씨는 방북에 앞서 만든 영상에서 아들을 만날 기회가 생겨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배명희: 북한 당국이 저의 방북을 허락했습니다. 아들을 만나 직접 위로하고, 안아주고 싶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케네스 배 씨는 지난해 11월 북한에 들어갔다고 억류됐고 지난 4월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 후 5월부터 특별교화소에서 실제 농사일 등을 하며 수감 생활을 하다 몸무게가 20킬로그램 이상 줄어드는 등 건강이 악화돼 지난 8월부터 평양 소재 병원에 머물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8월말 배 씨 석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미국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의 초청을 돌연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한미 군사훈련을 초청 취소 사유로 거론했지만 전문가들은 배 씨 석방이라는 인도적 사안과 미북대화 재개를 연계하지 않는다는 미국 측 입장에 대한 반발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이번에 북한이 전격적으로 배 씨 모친의 방북과 모자 상봉을 허용한 배경과 관련해서도 전문가들은 미북대화 재개를 위한 분위기 조성용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북한이 배 씨의 석방을 미북관계 국면 전환의 계기로 삼으려 할 것이며 조만간 배 씨의 석방을 전제로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 등 미국 당국자의 방북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지난주 영국 런던에서 열렸던 반관반민 형식의 미북대화에서는 배 씨의 석방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배 씨의 석방을 신호탄으로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된 일부 성의 있는 모습을 보일 경우 북한이 원하는 미북협상이 재개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