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배준호) 씨가 북한에 억류된 지 1년이 넘은 가운데 미국 정부가 전직 대통령을 보내서라도 배 씨를 조속히 석방시켜야 한다는 촉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일간지 시애틀타임스는 배 씨의 북한 억류 1년을 맞은 지난 3일 사설을 통해 미국 정부가 배 씨 석방을 위해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 신문은 배 씨가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구금 시설이 있는 북한에 가장 오랫동안 갇힌 미국인이 됐다면서 이제는 미국 정부가 전직 미국 대통령을 활용한 고위급 외교(high-stakes diplomacy)에 나설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배 씨 가족들이 거주하는 시애틀 주에서 발행되는 이 신문은 배 씨 가족들만이 그의 석방을 위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는 과거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을 석방시킨 경험이 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북한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달 평양을 방문해 배 씨를 만났던 그의 모친 배명희 씨도 이날 시애틀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아들의 석방을 위한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배명희 씨는 자신의 아들이 북한의 노동교화소에서 실제 수감 생활을 한 첫 번째 미국인이라고 소개하면서 그가 고국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미국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며 그를 잊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배명희 씨는 앞서 지난달 방북 후 미국 CNN방송에 출연해서도 아들은 북한과 북한 주민들을 도우려 했다면서 그가 북한에서 선교 활동을 한 건 북한 체제에 대한 오해 때문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배명희: (아들의 기독교 신앙심은 매우 깊었고) 이를 자신의 방식대로 북한에 전달하려 했는데 그것이 북한의 방식과 충돌한 것입니다.
배명희 씨는 결과적으로 아들의 행동이 북한에 해를 입히게 된 셈으로 자신이 아들을 대신해 사과한다면서 북한 당국은 건강이 악화된 배 씨를 사면하고 석방해 달라고 거듭 호소했습니다.
케네스 배 씨는 지난해 11월 3일 관광객을 인솔해 함경북도 나진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 억류돼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 4월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고, 수감생활 도중 건강이 악화돼 지난 8월부터는 평양 소재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8월 말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를 북한에 보내 배 씨 석방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북한 측이 갑자기 초청을 취소해 무산됐습니다.
또 올해 초 미국의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또 전직 미국 프로농구 선수 데니스 로드먼도 북한을 방문했지만 배 씨의 석방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미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지난 3일 한국 언론에 북한이 배 씨 석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서 오는 11월 말 미국의 추수감사절에서 12월 말 성탄절을 전후한 시기에 그가 풀려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