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방북했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 당국이 로버트 킹 미국 북한인권특사에 대한 초청을 철회한 것은 두 차례 모두 B-52폭격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측이 최근 킹 특사의 방북 초청을 취소한 이유는 미군 B-52폭격기의 한반도 상공 출격 때문이라고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 북한 관리들은 B-52폭격기 출격이 특별한 우려 사항이라면서 이 때문에 킹 특사에 대한 초청을 두 차례 취소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8월,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 석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킹 특사의 방북 초청을 그 직전 갑자기 취소했고 이어 지난 8일 재차 킹 특사에 대한 초청 의사를 3일 만에 번복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지난 8일 북한 측이 킹 특사의 초청 철회를 통보할 때 그 이유를 국무부 측에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 북한 측은 미국 국무부가 킹 특사의 갑작스러운 방북 취소 이유를 모른다고 말한 데 대해 분개했습니다. B-52폭격기 때문이라고 분명히 말했다는 것입니다.
미국 국무부의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실제 지난 10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왜 킹 특사에 대한 초청 의사를 철회했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I don't have a lot of clarity, and I'm not sure anyone does, on why the offer was rescinded.)
11일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북한 측이 5일 초청 의사를 밝혔다가 8일 그 의사를 철회했다며 북한 측이 아무런 상관도 없는 (한미) 군사훈련을 케네스 배 씨 사안과 연계시키려 한다고 비난했지만 북한 측이 왜 킹 특사에 대한 초청을 취소했는지 그 구체적인 이유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앞서 지난 14일 미국의 ABC방송은 그레그 전 대사의 말을 인용해 케네스 배 씨가 노동교화소(labor camp)에 수감된 이유 중 일부가 지난주 B-52폭격기의 비행훈련이라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배 씨는 지난 1월 20일 평양친선병원에서 사죄 기자회견을 한 후 그 날 평양 교외의 특별교화소로 이감됐고 최근 한반도 상공에 미군 B-52폭격기가 출격한 것은 지난 2월 5일이었습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2월5일 B-52폭격기 출현 때문에 북한 당국이 1월 20일 배 씨를 특별교화소로 이감시켰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편 그레그 전 대사는 북한 측이 이번 방북 기간 북한 내 13개 경제개발구 개발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경제개발계획을 담당하는 관리들과 장시간 만나 그레그 전 대사가 대표로 있는 미국 태평양세기연구소(PCI) 측이 이를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논의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레그 전 대사는 또 북한 핵문제는 논의 의제가 아니었지만 북한 관리들은 전제 조건이 있는 핵협상에는 나설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레그 전 대사: 북한 측은 궁극적으로 미국과 더 나은(better) 대화를 원한다고 했지만 전제조건이 많이 걸려있는 대화에는 나서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은 먼저 대화를 시작해 상호 신뢰가 쌓이면 (북한) 비핵화 문제는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지난 10일부터 4박 5일간 태평양세기연구소 대표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했던 그레그 전 대사는 14일 방북을 마치고 베이징에서 이미 국무부 측에 이번 방북에 대해 1차로 보고했고 연구소 측이 지난 주말 정식 보고서 작성 작업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