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특사 “북, 억류 미국인 선전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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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북한이 억류 미국인들을 선전(propaganda)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인 3명의 북한 억류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미국 국무부 관리들의 대북 비난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무부의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는 17일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글에서 북한이 구금한 미국인 3명을 선전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There is little doubt that three US citizens currently incarcerated are being used by North Korea for propaganda purposes.)

억류 미국인들이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 불려 나와 하나 같이 미국 정부가 고위급 관리를 보내 자신들을 구해달라고 촉구했다는 것입니다.

실제 이달 초 북한 당국은 미국 CNN방송과 AP통신이 억류 미국인들과 인터뷰할 수 있도록 주선했고 이들은 모두 미국이 고위급 특사를 보내야만 자신들이 풀려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앞서 미국 국무부의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15일 북한이 억류 미국인들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볼모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또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도 지난 12일 로이터통신에 북한 당국이 이들을 인간 노리개(pawns)로 취급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또 미국인 억류 문제를 북한의 인권 침해 범주에 포함시켜 대응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의 말입니다.

하프 부대변인: 미국은 오랫동안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명확히 밝혀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3명의 억류 미국인을 모두 석방하라는 촉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에도 억류 미국인 한명에게 가혹한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는 처벌 대상이 아닌 혐의로 미국인들을 구금하고 장기 투옥하는 것도 북한의 참혹한 인권 유린 행태의 일종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지난달 이례적으로 북한의 강제노동수용소(gulag) 폐쇄를 공개 촉구하기도 했던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은 다음 주 유엔 총회 기간 뉴욕에서 열리는 고위급 북한 인권회의에 직접 참석해 대북 인권압박의 수위를 한층 더 높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최근 이렇게 북한의 미국인 억류에 대한 비난과 대북 인권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배경을 미국인 석방과 관련한 북한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서 찾고 있습니다. 미국 당국이 설사 북한 측이 원하는 고위급 특사를 보내려는 의사가 있다 해도 북한 측이 협의에 제대로 응하지 않는 등 현재 미북 간 물밑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게 16일 워싱턴 외교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실제 미국의 한 관리는 앞서 9월 첫째 주 로이터통신에 미국 정부는 ‘적합한 밀사(appropriate emissary)’를 북한에 보낼 준비가 됐다는 점을 북한 측에 이미 명확히 밝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측이 원하는 고위급 특사 파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니 미국인 석방과 관련해 적극 협의에 나서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관리는 북한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거나 억류 미국인들을 석방할 것이라는 ‘적정 수준의 보증(reasonable assurance)’을 하지 않을 경우 특사 파견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