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라오스에서 붙잡힌 북한 꽃제비 출신 청소년 등 9명의 고아가 중국으로 추방된 후 곧바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자세한 소식을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문: 우선 9명의 탈북 고아가 어떻게 라오스에서 북한으로 송환됐는지 그 과정을 좀 소개해주시죠.
답: 네, 탈북 고아 9명은 지난 9일 중국에서 국경을 넘어 라오스로 들어갔다가 다음날인 10일 불심검문에 적발돼 라오스 이민국에 억류됐습니다. 라오스 주재 한국 공관 측은 10일 이들이 적발되자 라오스 측에 신병 인도를 요청하고 면담을 시도했지만 탈북 고아들이 구금된 18일 간 한 차례도 면담을 하지 못하다가 27일 라오스 당국으로부터 갑자기 이들을 중국으로 추방했다는 통보를 받게 된 것입니다. 라오스 측은 애초 한국 공관 측에 한국행을 희망한 이들의 신병을 인도할 뜻을 밝혔었는데 갑자기 입장을 바꿔 중국 추방 결정을 내린 것인데 이 과정에서 북한 측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그 후 이들은 중국에서 북한으로 언제 송환된 것입니까?
답: 한국 정부 관계자는 28일 베이징발 고려항공을 통해 이들이 평양으로 강제 북송됐다는 사실을 확인하지 않다가 29일 오후 결국 그렇게 판단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탈북 고아들이 결국 북송된 데 대해 “대단히 안타깝고 유감”이라는 입장인데요. 29일 한국 정부 관계자의 확인에 앞서 한국의 동아일보는 28일 밤 신속히 이들 탈북 고아 9명이 북한으로 강제 북송됐다고 보도해 주목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27일 오후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비행기에 태워져 이날 밤 중국 윈난성 쿤밍으로 추방됐고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28일 베이징으로 와 오후 1시경 고려항공을 통해 평양으로 이송됐습니다. 일부 언론들은 비엔티안에서 쿤밍을 거쳐 27일 밤늦게 베이징에 도착해 그곳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28일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문: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는데요. 앞서 보도에서도 들으셨지만 한국 정부가 좀 안이한 대처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답: 그렇습니다. 그동안 라오스 당국에서는 탈북자들을 조사한 다음 한국 측에 인계해주던 전례가 있어 현지 한국 공관에서 그 전례만 믿고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 정부는 현지 공관의 노력 부족보다는 북한 측의 이례적인 대응으로 이번 북송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 북한이 사건 초기부터 조직적으로 개입해 신속하게 압송 작전을 전개한 정황이 들어나고 있는데요. 탈북 고아들이 라오스 당국 조사를 받는 동안 북한 측은 이들을 중국으로 이송하기 위해 관련 서류와 항공편을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움직였으며 이들을 호송할 적지 않은 북한 요원들도 비행기에 함께 탑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이번 북송 작전에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활동하는 북한의 ‘탈북자 체포조’가 직접 개입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 북한에서는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탈북자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 사건도 그런 분위기와 연관돼 있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들어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탈북자 차단에 총력을 기울여 왔고 실제 북중 간 국경 통제가 크게 강화돼 탈북자 수가 크게 줄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북한 당국은 한국에 정착했던 탈북자들을 재입북시켜 기자회견을 하는 등 탈북자 유인이나 납치 공작까지 부쩍 강화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또 북한은 내부적으로 돌아온 탈북자들을 관대하게 대한다는 선전을 하면서 강온양면책을 구사하는 것으로도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탈북자 체포조’의 인원과 활동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들은 국가보위부 해외반탐처 소속으로 탈북자들의 한국행 경로를 탐색하고 직접 중국이나 그 주변국에까지 가서 탈북자들을 체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한국 정부에서는 앞으로 이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은데요.
답: 네 일단 한국 정부는 이정관 재외동포영사대사를 급파해 라오스 측에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재발 방지 등을 요구했습니다. 또 앞으로 인권과 난민 관련 국제기구에서도 이번 사건을 제기한다는 방침입니다. 특히 한국의 정홍원 국무총리는 29일 한국을 방문한 마거릿 세카기야 유엔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번 탈북 고아 9명의 강제북송 문제를 거론했는데요. 정 총리는 이들이 북송된 후 혹독한 고문을 받는 등 인권탄압 문제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유엔 차원의 깊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음달 4일 중국에 부임하는 한국의 신임 권영세 중국 주재 대사도 29일 기자들과 만나 중국 내 탈북자 문제와 관련해 과거 방식인 ‘조용한 외교’보다는 한국 입장을 강하게 밝히는 방향으로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라오스에서 탈북 고아 9명이 강제 북송됐다는 소식과 관련해 양성원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