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씨가 생전에 한국 정부를 위해 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공을 세웠기 때문에 국가가 그를 통일열사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12년 전인 1997년 2월 15일. 이한영 씨는 자신이 살던 경기도 분당의 아파트 승강기에서 괴한에게 머리와 가슴에 총격을 당해 인근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열흘 만에 숨졌습니다.
그가 사망한 지 12주년이 되는 2월 25일을 맞아 피랍탈북인권연대 도희윤 대표는 고 이한영 씨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한영 씨의 귀순으로 말미암아서 대한민국은 당시 엄청난 김정일 로열패밀리와 관련된 정보를 입수했고, 그 이후에도 대북전략을 수립하는데 상당할 정도로 우리 정부에 이바지했습니다.”
고 이한영 씨는 김정일 위원장의 첫 동거녀였던 성혜림의 동생 성혜랑의 아들로, 1982년 스위스 유학길에 올랐다가 그곳 주재 공관을 통해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고인은 한국에 입국하고 나서 김정일과 성혜림과의 관계, 그들 관계에서 태어난 김정남과 그 일가족의 호화생활을 비판한 수기 “대동강 로열패밀리 서울 잠행 14년”을 펴냈습니다.
도희윤 대표는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던 이한영 씨가 북한이 파견한 무장간첩에게 살해된 것은 남북한이 대치한 국면에서 분명한 사살로 보아야 하며, 국가는 이를 인정해 그를 통일열사로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직접 남파된 간첩에 의해서 피살당했다는 것은 결국, 대치국면에서 적에게 사살된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에 이 부분은 결국 통일열사로서 국가유공자로 대우해야 한다는 게 저희의 입장이고요.”
대한민국 정부가 고인에 대한 신변보호를 소홀히 한 점도 사법기관에서 이미 판결이 났기 때문에 이번에는 국가가 그의 명예를 지켜줘야 한다고 도 대표는 말했습니다. 2003년부터 시작된 이한영 씨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한국 대법원은 국가의 책임을 70%로 인정해 국가가 고인의 가족에게 1억 482만 원(약 7만 달러)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도희윤 대표는 고 이한영 씨에 대한 명예회복 문제는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상당기간 연장되었다면서 이번 계기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되는 명예회복이라고 말했습니다.
사법기관에서도 국가의 책임을 확정했기 때문에 고인의 아내와 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국가가 유족들에게 국가유공자예우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정한 “국가유공자예우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는 유족에게 연금, 간호수당 등을 제공하며 자녀들에게는 학자금 지급과 취업알선, 주택구매 시 자금 대출 같은 특혜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고 이한영 씨는 88년 남한 여성과 결혼해 슬하에 딸 하나를 두고 있습니다. 도희윤 대표는 고 이한영 씨를 국가유공자로 지정하기 위해 국가보훈처를 비롯한 국가기관에 관련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라면서 한국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잘 협조해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