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남북의 이산가족 교류가 중단 된지 2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남측 정부의 계속된 노력이 있었지만, 북측은 경색된 남북관계를 이유로 외면하고 있습니다. 기다림에 지친 고령의 실향민들은 생사 확인과 서신 교류라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라고 있습니다.
강원도 회양 출신으로 전쟁 때 월남한 실향민 박재만 씨. 언젠가는 북에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최근 주변에서 친구들이 한둘씩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급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박재만 : 내 나이가 84세입니다. 지금 부모님들이 살아계시겠어요. 다 돌아가시고 없지. 이제 만난다는 것은 조카들뿐인데…. 낳는 거 보지도 못했는데 만나서 뭘 얘기하겠나.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10일 국회에 제시한 자료를 보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2만 8천여 명 중 가족을 상봉한 사람은 1천800여 명입니다. 상봉자 비율은 고작 1.5%에 불과합니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계속 중단되면서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졌습니다.
권성집 (황해도 재령): (북에) 형제들이 내 밑으로 쭉 있죠. 내 위로는 없고요. 오래전에 이산가족 상봉 신청을 했는데도 여전히 소식이 없어요.
일부 실향민들은 중국 지역에서 북쪽 가족들을 만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그리운 가족들을 생각하면 멈출 수 없습니다. 이를 조직화하기 위해 실향민들은 올해 초에 ‘남북이산가족협의회’라는 단체도 만들었습니다.
김동윤 이북도민중앙연합회 부장 : 정부나 대한적십자를 통해 생사확인을 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되고요. 그래서 자체적으로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해 주거나 편지 교류를 주선하기 위해서 조직된 겁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잇따라 무산되자, 한국 정부는 이산가족을 위로하는 행사들을 벌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판문점 방문도 추진했습니다.
박수진 통일부 공보담당관 : 통일부는 경기도 일산, 의정부 지역 이산가족 80여 명을 대상으로 이산가족 정책설명을 통한 정책공감대 확대 및 고령 이산가족들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고 위로하기 위하여 판문점 방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4천여 명의 이산가족이 가슴에 한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나고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마냥 기다릴 수 없는 고령의 실향민들은 북쪽 가족의 생사 확인만이라도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