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에 파견됐던 50대 북한 노동자가 작업장을 이탈한 뒤 15년 가까이 숨어 지내다 붙잡혀 강제 송환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당국에 의해 곧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딱한 처지에 놓인 북한 노동자는 올 해 54살의 최명복씨로 알려졌습니다.
최 씨는 1999년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에 파견돼 극동 아무르 지역에서 벌목공으로 일했습니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최 씨는 2002년 감시원에게 뇌물을 준 뒤 작업장을 이탈해 남부 로스토브로 가 몇 년 간 숨어 지내다 2005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정착했습니다.
그는 교회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등 일용직 노동자 생활을 하면서 2010년에는 현지 고려인 여성을 만나 가정을 꾸렸고 현재 5살, 3살 난 두 아들을 두고 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정을 이뤄 희망을 일궈가던 최 씨의 꿈은 그가 지난 달 현지 경찰의 단속에 적발되면서 깨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이미 이 지역 브셰볼로지스크 법원은 지난 주(1월31일) 그를 북한으로 강제 북송하라는 판결을 내린 상태입니다.
법원이 정한 최 씨의 강제 송환 예정일은 2월 10일.
이 같은 최 씨의 딱한 사정을 들은 러시아 인권단체 ‘메모리알’은 그의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해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코메르산트’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메모리알’ 소속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인권 전문 올가 체틀리나 변호사는 지난 3일 유럽인권재판소에 최 씨 사건을 제소했습니다.
최 씨가 강제 북송될 경우 처형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럽인권재판소가 최 씨의 강제 송환 절차를 중단시키고 임시 보호 조치를 취해 달라는 겁니다.
이와 별도로 상트페테르부르크 상급 법원에 항소도 추진중입니다.
체틀리나 변호사는 최 씨가 현지 한국 외교당국으로부터 한국행을 제안받았지만 북한에 남아있는 노모와 병든 아내, 아들의 안전을 우려해 거절했다고 공개했습니다.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중 일부는 열악한 환경과 임금 착취 등 ‘2중고’에 시달리다 작업장을 이탈해 기약없이 숨어 지내기도 합니다.
탈북자: 제가 공포와 불안 속에 삽니다, 언제 잡혀갈지 몰라. 여권이 없어서, 기간이 끝나서 자유가 없습니다. 제가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여권을 받았으면 하는 데, ….
러시아 언론은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해 2월 체결한 불법 체류자 송환에 관한 협정에 따라 최 씨의 강제 북송이 결정됐다고 전했습니다.
앞으로 러시아 내에서 탈북자들의 추가 송환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어 인권침해 논란이 일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