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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일 사흘째를 맞은 대한 항공기 폭파범 김현희 씨는 22일 오후 도쿄에서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한데 이어 히라누마 다케오 납치의원연맹 회장 등과 저녁을 함께 들면서 환담했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방일 사흘째를 맞은 김현희 씨는 22일 오전 나가노 현 가루이자와 마을에 있는 하토야마 전 총리 별장을 떠나 도쿄로 이동했습니다.
김현희 씨는 도쿄 후추 시에서 헬리콥터로 갈아타고 한 시간 동안 도쿄와 요코하마 일대를 둘러봤습니다. 처음엔 후지산 일대를 둘러 볼 예정이었으나, 날씨가 나빠 도중에서 일정이 변경됐습니다.
김현희 씨는 이어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북한에 납치된 아리모토 게이코 씨의 부모를 비롯한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도쿄의 한 호텔에서 약 한 시간 동안 면담했습니다.
김현희 씨는 이 자리에서 동료 공작원 김숙희의 소개로 요코다 메구미 씨를 만난 해가 1984년이라고 말했다고 이날 모임에 참석한 납북자 가족들이 전했습니다.
한편 나카이 히로시 납치 문제 담당 대신은 22일 “김현희 씨의 일본어 선생이었던 다구치 야에코(북한 명 이은혜) 씨가 6-7년 전까지 살아 있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다구치 씨가 일본인 납치 피해자 하라 다다아키와 결혼했다가 86년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일본측에 통보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김현희 씨를 이틀간 만나 본 다구치 씨의 오빠 이즈카 시게오 씨는 “북한이 외국인 납북자를 아무런 이유 없이 죽일 가능성이 없으니 희망을 갖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밝히면서, 지금 우리 가족이 원하고 있는 것은 여 동생의 생사 여부에 관한 최근 정보라고 강조했습니다.
어제 저녁 약 세시간 반에 걸쳐 김현희 씨를 만난 요코다 메구미 씨의 부모들도 오늘 아침 기자회견을 열고 “딸의 생사 여부에 관한 새로운 정보는 없었다”며 실망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김현희 씨는 어제 저녁 메구미 씨 가족들과 한 만찬 모임에서 “동료 공작원 김숙희의 소개로 메구미 씨를 딱 한번 만난 적이 있다”고 밝혔지만, 만난 시기를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 김현희 씨를 전세기로 초청해 국빈처럼 대우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도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슈칸 켄다이’는 일본 정부가 김현희 씨를 초청하는데 들인 비용이 1억 엔 즉 한국 돈으로 약 10억 원이라고 보도하면서, 김현희 씨가 일본 방문의 대가로 받은 보수도 3천만 엔 다시 말하면 한국 돈으로 약 3억 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자민당의 다니가키 총재는 “전세기를 동원해서 김현희 씨를 초청한 다음 헬리콥터로 도쿄 유람여행을 시킨 것은 민주당 정권이 벌인 정치적인 쇼에 불과하다”고 혹평했습니다.
반면 아베 신조 전 총리는 “김현희 씨의 방일이 납치 문제 해결에 큰 보탬이 된다”고 강조하면서, 민주당 정권이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에 이어 대한 항공기 폭파범 김현희 씨를 초청한 것을 크게 환영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