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서 유명한 만담배우로 알려진 리춘홍 씨가 최근 말을 잘못해서 탄광으로 '혁명화'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영기자가 보도합니다.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북한 사회의 이모저모를 풍자해 사람들을 웃기던 이춘홍 만담배우.
북한 이춘홍 만담배우 음성 녹취:
(여성목소리) 아이, 따가워라, 담뱃불 좀 치우 라요....에야, 돌아가면서 지져놓는구나,
(남자목소리) 거기다 딱 가져다 댈 것 뭐요?!
(아들목소리)아버지, 전번에 내 이마에도 불 껐댔지요.
남성의 목소리에서 여성의 목소리까지, 심지어 어린이의 음성까지 곧잘 소화해 웃음을 자아내던 이 최고 만담배우의 목소리를 한동안 듣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에 나온 한 북한 주민은 "리춘홍 씨가 얼마 전에 세포등판 개간 전투장에 나가 노동자들에게 공연 해주다가 말실수에 걸렸다"면서 "현재 그는 평안남도 순천시 2.8직동청년 탄광에 '혁명화' 내려갔다"고 29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세포등판 개간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발기로 약 5만 정보(1억 8천만평)에 달하는 거대한 인공풀판을 만드는 작업으로, 북한 당국은 각 예술단을 이곳에 파견해 노동자들을 위문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하지만, 리춘홍 씨가 공연 도중에 혁명화 대상으로 탄광에 내려가면서, 결혼 날짜까지 받았던 그의 딸은 결혼식도 미루게 됐다고 이 주민은 말했습니다.
하지만, 리춘홍씨가 무슨 말을 잘못해서 혁명화 갔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아는바 없다고 그는 전했습니다.
혁명화란 북한 체제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거나 과오를 범한 간부들에게 주로 내려지는 일종의 사상개조 단계로, 혁명화 대상자들은 약 6개월간 사상검토를 받습니다.
현재 2.8직동청년탄광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이춘홍 씨는 막장에 들어가 힘든 노동에 참가하고 있으며, 행동 하나하나를 상당히 조심하는 상황이라고 북한 주민은 덧붙였습니다.
만담배우 리춘홍 씨에 대해 잘 아는 평양출신의 한 고위층 탈북자는 "그가 이번에 혁명화'를 갔다면 벌써 두 번째가 된다"며 2000년대 중반에도 그가 말실수를 해 한차례 곤혹을 치룬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탈북자는 리춘홍 씨가 외모는 빼어나진 않지만, 연기를 너무 잘해서 사람들한테서 호평을 받았다며 그가 1980년대와 90년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기쁨조에서 활동하면서부터 두각을 나타냈다고 말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어느 한 인민군부대 선전대에서 활동하던 리춘홍 씨는 연기를 잘해 김정일 위원장의 눈에 들어 기쁨조에 발탁되었고, 김 위원장은 수시로 그를 불러 만담을 구경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리춘홍 씨는 만수대 예술단 만담 배우로 활약하면서 공훈배우 칭호를 받았고, 재치 있는 말재주로 주민들에게 웃음을 선사해왔습니다.
이춘홍 씨가 탄광으로 혁명화 갔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만담이라는 것이라는 것은 사람을 웃기기 위한 것인데, 노동당의 정책과 어긋나지 않게 피해가자면 이 또한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동정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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