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에서 북한인권법이 9월 4일부터 정식 발효됐습니다. 이번 북한인권법에 따라 북한주민의 인권을 제도적으로 증진하고 보호할 수 있는 법적 틀이 마련됐는데요. 특히 북한인권 증진과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북한인권재단이 설립되는 것은 물론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상황을 낱낱이 파악해 기록할 수 있도록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신설된 게 큰 특징입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해 전문가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는'One Free Korea'란 북한전문 블로그 운영자로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해온 조슈어 스탠튼(Joshua Stanton)변호사 견해를 들어봅니다. 진행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스탠튼 변호사는 미국 의회차원의 대북인권 제재 문제에 깊숙이 관여해온 걸로 아는데요. 이번 북한인권법 발효를 어떻게 봅니까?
스탠튼: 우선 이번 북한인권법이 발효됨으로써 한국인들과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문제를 어느 정도까지는 정면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사실 제가 이곳 워싱턴에서 얘기해본 많은 미국인들이 궁금해한 것은 그간 한국에서 왜 북한인권법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없었느냐 하는 겁니다. 한국인들은 과거 일제 강점시기에 자행된 인권유린 행위에 대해선 아주 강한 느낌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일제 강점시절 한국인 위안부 문제나 역사왜곡 문제에 한국 정부가 불만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위안부만큼 아니 그보다 더 심한 인권유린 행위가 현재 북한 여성들에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가난을 면하기 위해 혹은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중국으로 도피할 수밖에 없었던 북한 여성들 가운데 많은 사람이 성적 노예나 다름없습니다. 이런 일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데 왜 한국인들은 더 많은 관심을 갖지 못하는 겁니까? 그런 측면에서 미국인들 가운데는 북한인권법이 처음 2005년 발의된 후 이번에 발효되기까지 왜 그토록 시일이 오래 걸렸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자: 이번에 발효한 북한인권법을 보면 북한에서 자행되는 인권유린을 기록하기 위한 북한인권기록센터가 신설되는데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아무래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겠지요?
스탠튼: 그럴 것으로 봅니다. 북한인권법이 발효된 만큼 김 위원장도 북한 내부에서 뭔가 바꾸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압박을 느낄 겁니다. 하지만 이번 북한인권법은 허술한 대목이 여기저기 있습니다. 이 법은 11년 전 발의된 이후 그간 많은 조항이 바뀌었습니다. 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강력한 제재 조항이 미흡합니다. 북한 이외의 지역에 사는 탈북인들을 북한 주민으로 간주한다는 조항도 없습니다. 북한 내부의 변화를 촉진하고, 북한 주민들과 직접 소통을 위한 방송을 지원하는 내용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번 북한인권법이 훌륭한 첫걸음이라고 봅니다. 제가 생각할 때 그 첫 걸음은 우선 한국 사람들이 북한의 인권실상부터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직도 한국엔 북한의 끔찍한 인권실상을 논의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기자: 북한인권법 여러 조항 가운데 특히 인상적인 내용을 꼽는다면 어떤 것입니까?
스탠튼: 우선 인도적 지원에 관한 제8조를 들 수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투명해야 하고 국제 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남한정부는 대북지원을 직접 했는데 상당 부분이 북한 당국에 의해 다른 곳으로 빼돌려졌습니다. 그 때문에 지원상황을 파악하려는 유엔 관련기구의 협상 지렛대를 크게 약화시켰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8조는 좋은 출발입니다. 북한인권증진을 위한 국제적 협력을 기술한 9조도 의미가 있습니다. 만일 한국정부가 계속해서 이런 노력을 펼친다면 미국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봅니다.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을 규정한 제10조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이를 통해 북한 인권실상과 주민의 대우 등에 관한 정보를 알아낼 뿐아니라 한국 등 외부 세계에 관한 소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할 수도 있을 겁니다. 또한 제9조에 따라 북한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남한 내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지원은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언젠가는 이 조항이 북한의 시민사회단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돼서 북한 정부가 알든 모르든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 뿐아니라 정보제공, 언론활동을 지원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기자: 북한인권법을 보면 특히 눈에 띄는 게 13조의 북한인권기록센터의 신설인데요. 이 조직이 신설되면 북한에서 저질러지는 인권유린 사례를 낱낱이 기록하게 되고 관련자들은 언젠가는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스탠튼: 실제로 인권 유린을 자행한 북한 인사들이 언젠가 자신들의 행위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행동을 다소 자제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린 인권유린에 책임있는 인사들에 관한 기록을 모두 수집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북한 내부에도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봅니다. 첫번째 메시지는 인권유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의 추가 범죄행위를 막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메시지입니다. 동시에 통일한국이 도래하면 과거 인권유린을 했지만 자신들의 영향력과 권력을 이용해 북한 내부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려 노력한 인사들에겐 관용과 사면을 베풀겠다는 메시지도 줘야 합니다. 그래야 이들도 옳바른 일을 하고 싶은 동기를 부여받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한국 정부가 인권유린을 자행한 북한 인사들의 이름을 공개하는 건 어떨까요?
스탠튼: 대부분의 경우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어떤 경우 이름을 공개했을 때 해당 정보를 제공한 사람이 신변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인권유린자들의 이름을 공개해야 하지만 정보 제공자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아주 신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네, 지금까지 한국의 북한인권법 발효와 관련해 미국 내 북한인권 옹호가인 조슈어 스탠튼 변호사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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