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일본인 납치자 재조사 시간 걸릴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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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평양에서 열린 북한과 일본간 회담에서 북한은 일본인 납치자 재조사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일본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에서 이혜원 기자가 전합니다.

북한 측의 요청으로 10월 28, 29 양일 간에 걸쳐 평양에서 이뤄진 북일 회담에서 북한은 과거에 이뤄진 일본인 납치자 조사가 불충분했던 것을 인정하고 재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본 측 대표단이 서대하 북한 특별조사단 대표를 만나, 일본 정부는 납치자 문제 해결을 가장 우선시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자, 북측 대표단은 2002년과 2004년에 이뤄진 조사 보고는 시간적 제약이 있어 북한의 특수 기관이 조사한 것의 일부 만을 일본에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 측은 과거에 이뤄진 조사에 연연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조사할 것이라고 말하며,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일본 측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한 측은 일본 정부가 제시한 일본인 납치자 12명에 대해선, 현재 12명이 북한에 들어온 것이 맞는지, 북한에 온 경위, 그리고 그들의 생활환경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으며, 북한 측 조사단이 이들 12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들의 행방을 찾고 있으나 아직까지 객관적이고 명백한 자료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본 대표단은 일본 정부는 조사에 관여하지는 않으나,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밝히며, 조사의 결과가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31일 기자회견에서 다음번 북일회담의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볼때 결과를 언제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1년 정도를 생각하고 북한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으며, 첫번째 보고서는 상식적으로 생각해 볼 때 올해 안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대답했습니다.

이번 방북 결과를 보고 받은 일본인 납치자 가족 대표단은 "실망했다",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다" 등 부정적인 반응 일색이었으며, 12명의 납치자 외에 납치가 의심되는 특별 실종자의 조사에 대해선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방북에 대해 북한 전문가인 일본 게이오대학 이소자카 교수는 납치자 문제 해결엔 어떠한 결과물도 만들지 못했지만, 일본과 북한은 각기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습니다.

먼저 북한은 이번 회담을 국제 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북한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며, 한 나라의 국가 안전부의 최고위층까지 나서서 인권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세계에 보임으로서 인권 문제에 대한 비난을 약화시키는데 활용할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또한 일본 측은 납치자에 대한 직접적 정보는 얻지 못했지만, 일본 정부가 납치자 문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해결하고자 함을 일본 국민들에게 선전할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 정부의 입장을 국민이 납득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소자카 교수는 또 앞으로 전망과 관련해 북한은 이 기회를 통해 일본 측의 경제제재 완화를 꾀할 것이지만, 납치자 조사에 있어 일본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성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 설명했습니다. 또한 일본은 아베 정부가 여론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말고 정부의 소신을 얼마 만큼 밀고나갈 수 있을 지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이소자카 교수는 앞으로의 북일 회담에서 북한 측이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소신껏 결과물을 내놨는데, 일본 측에서 이에 상응하는 것을 북한에 주지 못했을 때 양국의 관계가 염려된다며, 특히 북한은 김정은 정권이 출범하고 처음으로 시도하는 대일외교이기 때문에 이번 결과가 앞으로의 북일관계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혜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