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북한인권용어집'을 지난주 발간했습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한 '조선어'를 영어와 로마어 등 외국어로 어떻게 통•번역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정리한 지침서인데요. 용어집 발간에 참여했던 연구진은 지난 7개월여간 이 작업에 매달렸다고 합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그동안 남측 북한 인권 운동가들 사이에서 “북한 인권과 관련한 적절한 영어식 표현을 정리해놔야 한다”는 논의는 꾸준히 진행됐습니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영어로 통•번역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오류가 종종 있었기 때문입니다. 북한 인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통•번역자가 북한의 다양한 구금시설을 모두 ‘정치범수용소(관리소)’로 해석했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이에 이성훈 한국인권재단 이사, 박인호 데일리NK 북한연구실장,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국장 등 용어집 발간에 참여한 연구진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사회에 더욱 정확히 알리기 위해 549개의 용어를 정리했습니다. 발간을 위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중순. 용어집 발간까지 7개월여가 소요됐습니다.
박인호 데일리NK 북한연구실장: 북한인권 피해자들의 표현과 북한 당국이 사용하는 인권 관련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자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한 북한 당국이나 피해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정확하게 영어로 번역하기 위해 용어집을 만들었습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국장도 “한국 사람들보다는 외국의 기자, 유엔 관계자, 연구자 등이 사용할 수 있는 지침서를 만들고자 했다”면서 “어떤 용어를 선정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고 용어들을 적절하게 대체할 수 있는 외국어를 찾는 작업이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연구진은 북한 인권 피해자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고스란히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피해자들의 표현을 이해해야 북한 인권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용어집에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 언어도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줴기밥(주먹밥)’, ‘꼬장(고자질)’, ‘소개(추방)’ 등 남한 사람도 이해하기 힘든 단어가 쉽게 설명돼 있습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국장: 피해자들이 증언할 때 자주 사용하는 언어들이 있습니다. 이런 단어들을 하나하나 판별했습니다. '줴기밥', '꼬장' 같은 단어들은 문맥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단어입니다. 왜 이런 단어들이 필요하고 또 필요하지 않은지 선정하는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북한 인권 운동가들은 용어집 발간으로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해도가 높아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인호 실장은 “북한 인권 용어의 국제적 통일 작업이 시작된 셈”이라면서 “북한인권과 관련한 용어들이 더욱 폭넓게 공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남측 국가인권위원회의 북한인권용어집 발간을 위해 한국인권재단, 데일리NK, 북한인권정보센터,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북한인권시민연합,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등 북한인권과 관련된 민간 단체들이 연구진으로 참여했습니다. 또한 남측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형사정책연구원도 발간 작업에 동참했습니다.
용어집에 수록된 ‘북한인권 용어’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 ‘북한인권백서’, 탈북자 수기 등 남한 안팎의 북한 인권 자료에서 사용된 단어 중에서 선정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