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돈 벌이'를 위해 러시아 파견 근무를 희망하는 북한 주민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죠.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러시아 파견 경쟁률은 여전히 높다는 증언이 있지만 정작 파견 노동자들의 소득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이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로부터 벌어들이는 '계획자금'을 2000년대 중반부터 더 높게 책정해 현지 근로자들의 소득이 줄어들었다고 남한에 있는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12일 밝혔습니다.
러시아는 북한 노동자들이 '한몫'을 챙길 수 있는 '기회의 땅'이었다고 전문가들과 탈북자들은 말합니다. '아르바이트(청부)'를 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실상은 달라진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박찬홍 북한인권정보센터 객원연구원은 이날 서울에서 개최한 '러시아 지역 북한노동자의 근로와 인권실태' 토론회에서 "최근 러시아 노동자들은 개인적으로 돈벌이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찬홍 북한인권정보센터 객원연구원: (북한)당국이 계획자금을 높게 책정하면서 노동자들의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아르바이트도 못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당국에 바쳐야 하는 금액이 많아진 만큼 노동 시간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개인적인 수익활동을 벌일 시간이 적어졌다는 뜻입니다.
박 연구원은 "2000년대 중반까지는 현지 작업장을 이탈해 '청부'를 많이 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파견 근로자들의 '청부' 기회가 박탈되고 있다"면서 "그만큼 '청부'할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현지 관리자에게 '뒷돈'을 주고 이뤄지는 '청부'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배인이나 당 비서, 안전지도원 등 현지 '권력자'가 청부를 주도하는 사례도 상당수라고 합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북한 근로자들이 러시아에서 할 수 있는 '청부'의 종류는 제한적입니다. 감자 수확 등 단순 노동, 주택개량이나 건축 등 몸을 써야 하는 일뿐입니다. 때로는 야생 동물을 밀렵하고 현지 열매를 채취해 판매합니다. 술이나 배급 받은 쌀을 러시아인들에게 팔기도 합니다.
박찬홍 연구원은 "러시아 파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북한이 국제 노동기준과 러시아 현지 법령을 준수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북한 당국은 적정시간의 근로, 야근과 휴일근무에 대한 보상 등을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러시아에 파견된 경험이 있는 탈북자 50명을 직접 면담한 자료를 토대로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이들의 러시아 파견 시점은 1970년부터 2015년입니다. 이 가운데 11명은 2010년대에 러시아에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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