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인권 증진을 위해 한국에서 활동하는 외국인을 요즘 들어 자주 볼 수 있는데요. 불가리아 출신의 북한 인권 문제 연구자인 테오도라 큐프짜노바 씨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큐프짜노바 씨는 최근 발생한 북한 식당 종업원 13명 집단 탈북 사건이 해외 북한 노동자의 인권 실상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 저장성 닝보시에 위치한 류경식당에서 근무하던 북한 종업원 13명이 집단 탈북해 서울에 도착한 건 지난달 7일. 이들은 현재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유관 기관의 합동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들 13명을 "남측이 유인 납치했다"고 주장하며 돌려보낼 것을 매일같이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남한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 결과와 이후 정치권 재편 같은 큰 뉴스에 묻혀버린 감도 있지만 북한 해외 노동자 문제에 대한 관심이 원래부터 크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이런 현상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외국인이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북 인권 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의 국제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테오도라 큐프짜노바 씨. 불가리아 출신인 큐프짜노바 씨는 "북한 종업원 집단 탈북 사건은 남한 사회가 북한의 해외 노동자 실태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하지만 그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테오도라 큐프짜노바 연구원: 제가 한국 사람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말은, 이 사건만 보시지 말고 이 사건을 통해 세계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발생하는 북한의 해외 노동자 관련 인권침해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게되는 기회로 삼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현재 북한 당국은 40~50개국에 5만~6만 명의 노동자를 파견해 연간 2억~3억 달러의 외화를 벌어 들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월급은 일의 종류와 일하는 지역에 따라 200~1,000달러 정도이지만, 실제 노동자가 손에 쥐는 돈은 이 금액의 10~20%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모두 노동당 39호실로 송금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게다가 근로 조건은 너무나 열악합니다. 하루 16시간을 일해야 하는 작업장도 있으며 식사마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져 해외 북한 노동자의 근로 실태는 '현대판 노예 노동'에 비유되곤 합니다.
큐프짜노바 씨는 국제사회가 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또한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면 해외 북한 노동자의 근로 실태를 개선할 수 있다고도 강조합니다. 왜냐면 이들은 북한 밖에 있기 때문에 이들이 일하고 있는 국가의 정부와 이들을 고용한 회사를 상대로 국제사회가 압력을 행사하는 게 가능하다는 겁니다.
테오도라 큐프짜노바 연구원: 북한의 해외 노동자 문제는 우리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실제적인, 현실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는 사업이라서 매우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여러가지 활동을 해서 어렵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해외 북한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 큐프짜노바 씨가 일하는 '북한인권정보센터'는 몽골과 폴란드를 현지 조사해 그 결과를 알리는 보고회를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가졌고, 이달 말까지 해당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입니다.
큐프짜노바 씨는 "이 보고서가 나중에는 영어, 몽골어, 폴란드어 등으로 번역될 예정"이라면서 "관련국 정부 기관, 시민단체와 협력해서 해외 북한 노동자의 근로 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불가리아 소피아 대학에서 한국학을 전공한 큐프짜노바 씨는 2009년 연세대 국제대학원에 입학해 국제안보를 전공하며 북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2014년 3월부터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일하는 외국인은 테오도라 큐프짜노바 씨를 포함해 대략 7~10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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