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한 외교부는 27일 한국과 일본이 납북자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외교적 여건을 감안해 지속 검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납북자 피해 가족들은 지난 달 중순 남한과 일본 정부에 납북자 문제의 전면 조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보낸 바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과 일본의 정상회담이 다음달 초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양국 정상이 위안부 문제 등 핵심 현안 외에도 납북자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해법 찾기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납북자 가족들은 "과거 북한은 한국과 일본의 어린 학생들까지 납치해 놓고도 현재까지 이들의 생사확인 조차 거부하고 있다"며 "이번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이 납북자 문제를 전면 조사해 납북자 부모들의 한을 풀어주길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 이번 정상회담에서 (납북자 문제) 공동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국제사회에 특별조사위원회 설치를 제안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 발표를 해 주셨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최 이사장은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2006년 요코타 메구미 씨와 김영남 씨의 부모를 각각 만난 자리에서 납치 문제 해결을 약속한 바 있다"면서 "두 분이 한일 양국의 정상이 된 만큼 양국이 공동으로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전면조사를 북한에 요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요코타 메구미 씨와 김영남 씨는 1970년대 후반 일본과 남한에서 각각 납치됐으며, 이후 북한에서 결혼했습니다.
납북자 문제 공동조사 요청과 관련해 남측 외교부 대변인은 "한일 양국은 주요 국제회의 등에서 납북자 문제를 포함해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면서 이 사안에 대한 "지속 검토"를 약속했습니다.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한일 양국의 납북자 공동조사 요청 등 그런 사안은 제반 외교적 여건 등을 감안하여 지속 검토해 나가겠습니다.
최 이사장은 지난달 중순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아베 신조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에게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정부가 공동 대응할 것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보낸 바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에서 납북자 문제를 상징하는 인물은 김영남 씨와 요코타 메구미 씨입니다.
요코타 씨는 1977년 만 13살 나이에 니가타 현에서 귀갓길에 북한에 납치됐으며, 북측은 요코타 씨가 우울증을 겪다가 1994년 4월 자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2004년 일본이 넘겨받은 요코타 씨의 유골은 유전자 검사 결과 타인의 것으로 드러났고, 이후 납북자 문제와 관련한 진상 조사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영남 씨는 요코타 씨의 남편으로, 1978년 전북 군산 선유도해수욕장에서 당시 17세 나이로 납치됐으며, 두 사람은 평양에서 다른 납북자들과 함께 지내다 결혼했습니다.
최 이사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1970년대 말과 1980년대 초 평양에 있는 '이남화(以南化) 교육관'에서 이민교, 홍건표, 최승민, 이명우 씨 등 당시 남한에서 납치된 고등학생 4명과 4년간 함께 지냈습니다.
'이남화 교육관'은 '이남화 환경관'으로도 불리며, 북측이 간첩을 남파하기 전 남한 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교육시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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