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한인권법 10주년 기획② ‘북한인권’은 국제사회의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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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세계 최초로 북한 주민의 인권 개선을 위해 북한인권법을 제정한 지 지난 18일로 10주년을 맞았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미국 북한인권법 제정 10주년 기념 기획 특집, 그 두 번째 시간으로 북한인권법과 북한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 변화 등을 조명해 보는 "북한인권은 국제사회의 숙제"를 보내 드립니다.

보도에 양희정 기자입니다.

북한의 대기근과 열악한 인권 상황을 견디지 못한 북한 주민들의 탈출이 1990년 대 후반부터 늘어났습니다. 북한 당국의 철통 같은 주민 통제가 이들의 입을 통해 국제사회에 알려지면서 2000년 대 초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2003년부터 2005년까지 스위스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의 전신인 인권위원회에서 3년 연속 대북인권 결의가 채택되었고, 2008년부터 인권이사회가 매년 북한인권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또한 미국 뉴욕의 유엔 총회에서도 2005년 이후 매년 북한인권 결의를 통해 북한에서 자행되고 있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지적했습니다. 특히 제네바의 유엔 인권위원회가 2004년 채택한 인권결의에 따라 북한의 인권과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직이 신설됐습니다.

이같은 국제적인 흐름 속에서2004년 10월 18일 미국의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은 미국 의회가 세계 최초로 제정한 북한인권법에 서명했습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 주민에게 외부 정보를 제공하고 북한인권 특사직을 신설해 북한 인권 상황을 알리는 등 북한 주민의 인권을 개선하는 방안, 주민에 대한 투명한 대북 인도적 지원 방안, 탈북자 보호 방안 등 세 가지를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하원의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을 지낸 도널드 만줄로(Donald Manzulo) 한미경제연구소장은 핵개발과 핵확산을 일삼는 북한 독재 정권과 그 억압적 체제 하에서 고통 받는 북한 주민을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미국 의회에 퍼졌던 당시 상황을 이같이 회고했습니다.

만줄로 소장: 10여 년 전 미국 의회에는 미국의 대북정책이 단지 북한의 핵위협을 억지하는 데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데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우선순위에 밀려 있던 다른 문제도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인식에 따라 일부 의원들은 핵 논의와 인권문제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던 것입니다.

만줄로 소장은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와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공동으로 개최한 북한인권법 제정 1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당시 미국 의회 내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습니다.

이날 연사로 참석한 더그 앤더슨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고문은 2002년 중국 선양 주재 미국 총영사관 탈북자 진입 사건이 2004년 미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는 데 촉매 역할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앤더슨 고문: 2002년 5월 8일 두 명의 탈북자가 선양 미국 총영사관에 진입했습니다. 새벽 4시 반에 이메일을 받았습니다. 이들이 미국에 정착하길 원하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날 오후에 미국 하원의 헨리 하이드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과 톰 랜토스, 짐 리치 의원 등이 당시 양제츠 미국 주재 중국 대사에게 올바른 인도적 결정을 내려 이들을 북송하지 말라는 편지를 보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당시 이들 탈북자들에게 미국 정착 기회를 주지 못했고, 이들에게 의회 차원에서 더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미국 의원들이 북한인권법 제정을 추진했다는 것입니다. 앤더슨 고문은 2004년 10월 18일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서명한 북한인권법 제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탈북자가 증가하면서 북한 당국의 철통같은 정보 통제의 벽을 뚫고 북한의 참혹한 인권실태가 국제사회에 알려졌다고 기억했습니다.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 특사직을 5년 째 맡고 있는 로버트 킹 특사는 미국의 북한인권법 제정 후 10년 간 북한 인권 문제에 있어 가장 큰 진전은 유엔을 통해서 이뤄졌다고 말했습니다.

킹 특사: 북한인권법에 간략히 언급된 유엔 등 국제기구의 역할을 통해 가장 두드러진 북한인권 증진이 이뤄졌습니다. 유엔의 관심이 북한 인권상황 변화에 핵심적 역할을 했습니다.

유엔 최초의 북한인권 조사기구인 북한인권 조사위원회(UN COI)는 지난 봄 스위스 제네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최고위층이 주민에 대한 반 인도적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며 인권유린 책임자를 국제사법기관에 제소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번달 유엔 회원국의 지지하에 유엔 총회에서도 강력한 북한인권 결의 초안이 회부되는 등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 개선 압박이 매우 강력해지면서 북한도 더 이상 부인만 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킹 특사는 말했습니다. 북한의 외무상이 15년 만에 처음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해 연설하는 등 북한이 인권문제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려고 노력하지만 큰 성과는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킹 특사는 그러나 북한이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서명하고 올해 열린 두 번째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 보편적 정례검토(UPR)에서 모든 인권유린 실태를 반박만 하는 대신 일부 권고를 받아들인 것은 긍정적 변화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은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 유엔본부에서 지난 7일 각국 외교관과 기자 등에게 북한의 인권 설명회를 여는 한편, 이어 15일에는 자체 인권결의안 초안 회람을 위한 비공개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특히 북한 최명남 외무성 부국장이 7일 설명회에서 북한에 '정치범수용소'는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북한의 '노동교화소' 운영을 처음으로 시인했습니다.

최명남 부국장: 북한에는 잘못을 뉘우치고 정신을 개량하는 '노동교화소'만 있을 뿐입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공동의장인 로베르타 코헨 박사 등 전문가와 인권단체 등은 북한이 인권개선에 진정성을 보일 것을 촉구했습니다. 스스로 존재를 인정한 '노동교화소' 실태부터 외부에 공개하고 나아가 정치범수용소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정착한 재미탈북민연대(NKinUS)의 조진혜 대표는 북한인권법 제정 후 171명의 탈북난민이 미국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러나 6개월에 20여 명의 탈북자들이 신원조회 등 미국행을 위한 오랜 수속 기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한국이나 일본, 독일 등으로 갔다며 미국 난민심사 과정을 보다 간소화 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조진혜 대표: 토론만 하기보다 행동을 취해 고아를 구출하거나 탈북자가 미국에 대량 입국할 수 있도록 한다거나 중국 경제를 압박해 탈북자 강제북송을 막는 그런 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킹 특사는 이같은 조 대표의 요청에 미국 정부는 탈북자들이 처한 특별한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편의를 제공하려 하지만, 국가안보를 위한 국토안보부의 신원조회나 건강검진 등은 생략할 수 없는 절차라고 답했습니다. 지난 4월에 미국에 난민지위를 받고 입국한 탈북자와 같이 태국(타이)에서 2개월도 채 못돼 미국 입국이 가능한 경우를 포함해 미국의 탈북자의 난민입국 심사를 간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로베르타 코헨 박사는 북한인권법 이후 유엔 등에서 미국의 활동이나 보고서, 성명서 등을 보면 탈북자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상당히 높아진 것을 알 수 있지만 미국은 탈북자의 특별한 상황을 더욱 배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코헨 박사: 북한 주민들은 외부세계의 정보가 차단돼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 속에서 살았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오는 난민들과 달리 탈북자들은 미국에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할 수 있습니다.

코헨 박사는 동남아시아의 미국 공관 등에서 탈북자들이 북한 당국이 '적대국가'로 선전하는 미국이 실제로 어떤 나라인지, 정착하면 어떤 혜택을 받는지 등을 알려주고 선택권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동남아시아에서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미국행을 기다리는 기간에 탈북자를 위한 영어나 컴퓨터 기술 교육도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코헨 박사는 또 미국은 유엔 사무총장, 유엔 난민기구(UNHCR) 등과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 등에 관해 다각도로 협력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인권법이 북한 주민의 인권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분명 기여했지만 더 효과적인 이행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탈북자들이 미국에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성공적인 삶을 쟁취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탈북자에게 미국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탈북자들이 한국의 종교단체에만 모든 것을 의존하지 않고 미국 주류 사회 속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인권법 10주년을 맞아 자유아시아방송은 지난 주 방송된 '아메리칸 드림 일구는 탈북자들'에 이어 오늘 그 두 번째 기획특집 "북한인권은 국제사회의 숙제"를 보내 드렸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양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