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메구미 부모, 몽골서 북 손녀와 상봉

앵커: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상징적인 존재인 요코다 메구미의 부모와 북한에 살고 있는 메구미의 딸 김은경(26, 아명 김혜경)이 지난 10일에서 14일 사이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처음으로 상면하고 깊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도쿄에서 채명석 특파원이 전합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의 부모 시게루 씨와 사키에 씨는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난 10일에서14일 사이에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손녀 은경 양과 작년 5월에 태어났다는 생후 10개월된 증손녀를 만나 회포를 풀었다"고 밝혔습니다.

메구미의 부친 시게루 씨는 "은경 양이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보다 더 어른 스럽다고 느껴졌으며, 키는 (외 할머니) 사키에보다 조금 큰 정도이고, 얼굴은 둥근 편이었다"고 김은경에 대한 첫 인상을 말했습니다.

또 메구미의 모친 사키에씨도 "은경 양이 작년 5월에 태어났다는 딸을 데리고 나와서 애기(증손녀)와도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하면서 "이번의 첫 대면을 정치적인 장소로 만들고 싶지 앞아 메구미의 생사 여부를 은경 양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1977년 11월 중학교 2학년때 니가타 시에서 북한 공작원에 의해 납치됐다가 평양의 정신병원에서 자살했다고 일본측에 통보된 요코다 메구미는 생전 한국인 납북자 김영남과 결혼하여 딸 김은경을 낳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같은 사실이 전해진 2002년 9월 이후 요코다 메구미 부모는 손녀 은경 양을 직접 만나보기 위해 북한을 방문할 뜻을 내비쳤으나,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일본정부와 납치피해자 가족들의 반대로 메구미 부모는 손녀 김은경과의 직접 대면을 자제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일본인 납치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내건 아베 신조 정권이 등장한 이후 3차례에 걸친 물밑 접촉을 거쳐 북한도 아니고 일본도 아닌 제3국 즉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메구미 부모와 김은경의 첫 상면을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전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17일 "메구미 부모와 김은경 양의 대면이 실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기뻤으며, 가슴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방관도 17일 열린 정부여당 연석회의에서 "오는 19일과 20일 중국 선양에서 열리는 북일 적십자 회담에서도 납치문제가 거론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아베 정권은 납치문제 해결에 전력을 경주할 방침"이라고 다시 강조했습니다.

오는 19과 20일 중국 선양에서 열리는 두번째 북일 적십자 회담에는 지난 회담(3월3일)에서처럼 양국 외무성의 과장급이 비공식으로 참석하여 국장급 회담 재개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입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북일 양국은 이번 비공식 접촉에서 2012년11월 이후 중단된 양국 외무성 국장급 회담 재개 날짜에 합의할 예정입니다.

북일 양국의 국장급 회담이 재개되면 북한의 납치 재조사 문제, 일본의 대북 제재 완화 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일본 언론이 전했습니다.

도쿄에서RFA 자유아시아방송 채명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