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7개월 간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 상태로 고향으로 돌아간 미국 대학생이 불과 1주일 만에 사망하자 해외에 파견된 북한 관리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20일 자유아시아방송에 해외에 나온 북한 관리들이 지난 13일 석방된 미국 대학생 오토 프레드릭 웜비어 씨가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지난 19일 끝내 숨을 거둔 데 대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외교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해 온 인질 외교가 이번 웜비어 씨의 사망으로 인해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비난과 분노를 자아내면서 북한이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필 로버트슨 부국장은 북한이 정치적 목적으로 현재 억류 중인 미국인 세 명과 캐나다인 한 명, 한국인 6명 등을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또한 세계 각국 정부는 자국민이 북한에 억류되더라도 더 이상 외국인으로 특별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북한 김정은과 최고위층 관리들이 자국민과 웜비어 씨 등 외국인들에게 자행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북한인권위원회의 이경복 회장은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 목사를 어떻게 조속히 석방할 수 있을 지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회장: 강력하게 요구하면 인질로 잡힌 분이 더 핍박을 받을까 염려도 되고, 그렇다고 유화적으로 하면 질질 끌고 약만 올리고… 어떻게 해야 될 지 참 기가 막혀요.
미국의 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웜비어 씨의 사망을 계기로 김정은 정권이 자행한 범죄의 진상을 밝혀내고 알리는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웜비어 씨를 억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북한 정권에 의해 이름도, 얼굴도 알려지지 않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북한 주민 수 만 명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문과 기아,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따라서 정치인들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초당적 노력을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세계기독교연대의 벤 로저스 동아시아팀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비판적 교류'를 추진했던 영국과 유럽국가들도 대북 강경 정책을 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로저스 팀장: 북한 정권이 극도로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 영국과 다른 유럽국가들도 웜비어 씨를 가혹하게 다뤄 사망에 이르게 한 북한 정권을 공개적으로 규탄하길 촉구합니다.
로저스 팀장은 영국과 북한 간 외교수립 10주년을 맞은 2010년 영국의 데이빗 앨튼 상원의원과 캐롤라인 콕스 상원의원 등과 함께 북한을 방문하고 북한과 벽이 아닌 가교(Building Bridges Not Walls)를 세우기 위한 교류를 희망하는 방북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웜비어 사망으로 북한과 외교 관계를 가진 영국이나 유럽국가들도 교류를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로저스 팀장은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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