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북 성폭력 가해자 솜방망이 처벌 추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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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에 관한 심의가 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됐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68차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CEDAW)는 이날 북한 정부 대표단 1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의 협약 이행 상황을 심의했습니다.

23명의 독립적인 국제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는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지난 2월 사전실무그룹회의에서 제시된 쟁점 목록과 지난해 4월 제출된 북한의 국가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심의를 진행했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특히 복종관계에 있는 여성에게 성관계를 강요한 가해자에 대한 형벌이 낮아진 이유를 묻는 전문가의 질문에 피해자가 '허용하는 심리'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북 대표단: 다시 말해서 가해자의 요구를 허용하면서 일정한 자기 개인적 리익도 보려는 심리가 작용한 경우에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것으로 인정하고 낮은 형벌을 적용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그러면서 '강요'의 의미는 '물리적인 폭력'이 아니고 '회유와 기만'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생명과 건강을 침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벌의 정도가 낮아진 점도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는 그러나 피해자가 허용한다는 심리가 없었다는 것이 재판과정에서 밝혀질 경우 '강간죄'로 무겁게 처벌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성범죄 피해자가 신고할 수 있는 직통전화(hot line)나 대피처(shelter)가 제공되는지에 관한 질문에 북한 대표단은 인민보안기관에 신고하면 된다고 답했습니다.

북 대표단: 다른 어느 국가기관에 신소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보안기관에 신고를 하게 됩니다. 그럼 인민보안기관에서는 해당 법과 절차에 따라서 이 사건을 취급 처리하게 될 것입니다.

인민보안기관에서 사건이 공정하게 처리되지 못했다고 여겨지면 상급 인민보안기관이나 검찰기관에 신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앞서 한국의 인권단체 북한인권 정보센터는 지난 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한 북한 여성 인권 실태 보고서에서 2010년 이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여성 73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 결과, 법을 집행하는 보안원 등이 공권력을 남용해 성폭력 등 범죄를 자행하고도 처벌 받지 않는 일이 만연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도 북한이 1차 심사에서 가정폭력철폐를 권고 받고 2010년 12월 여성의 인권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을 채택했지만 현실에서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처음엔 가정폭력이 없다고 부인했던 북한 대표단은 부부가 가정의 문제를 외부에 알리지 않으려 하는 문화 때문에 사회문제로 대두되지 않는다고 정정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법 집행 기관 등에 대한 교육을 시행할 것을 고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6일 심의를 앞두고 여성 수감자들이 보안 당국의 요원과 수용소 교도관의 성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이 같은 인권 침해 실태를 규명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