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무력화 대비 전환기 북 인권 기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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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의 급격한 변화나 통일 등에 대비해 북한 인권 유린 피해자를 위한 '진실위원회' 설립이 시급하다고 영국의 북한인권 단체가 지적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영국의 북한인권단체 유럽북한인권협회(EAHRNK)의 마이클 글렌디닝(Michael Glendinning) 대표는 통일 등 북한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날 경우 인권 유린 피해자와 가해자 등 사회의 화합을 위한 정의구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글렌디닝 대표: 저희가 곧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저희 단체가 이른바 북한 인권유린 피해자의 '전환기 정의'를 위한 '진실위원회' 설립을 제안할 예정입니다.

글렌디닝 대표는 현재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과 러시아 등이 국제형사재판소(ICC) 회원국 탈퇴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같은 연구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의 저자인 이 단체의 제임스 버트(James Burt) 씨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국제사회는 하루 속히 북한의 상황에 맞는 전환기 정의 실현을 위한 기구(transitional justice mechanism)로 '진실위원회(Truth Commission)'를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독재국가 북한이 안정되고 평화로운 미래로 원만하게 나아가기 위해 인권 유린 피해자에 대한 국가나 사회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버트 씨는 '진실위원회'는 수만, 수십만 명의 인권 유린 피해자의 인권 침해를 기록하고 이들의 정신적 치유를 도와줄 매개체(facilitator of catharsis)이며 향후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한 도구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권유린 피해자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되찾아 줌으로써 과거 자신들의 인권을 유린했던 체제와의 유대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기구입니다.

버트 씨는 피해자들의 인권 침해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경험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밝혀내는 과정(giving voices to the victims' experiences)이라고 말했습니다. 가해자가 진실위원회에 자신들이 인권 유린을 자행한 이유와 상황 등에 대해 설명하는 등 인권 유린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할 수 있도록 화해와 융합을 이루도록 돕는 기구입니다. 예를 들면, 어린 북한군이 굶어 죽어가는 가족들로부터 음식을 강탈해야만 했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에게도 필요한 과정이라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버트 씨는 그러면서 '진실위원회'를 통한 전환기적 정의 구현은 통일이나 민주화 과정보다 훨씬 충분한 계획과 시간이 필요한 문제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인권유린 책임자에 대한 법적 처벌을 위해 이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조치와 병행해 '진실위원회' 구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변화가 언젠가 올 수 있다는 막연한 사고 방식이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 분명히 북한에 자유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제 하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버트 씨는 주장했습니다.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등 유엔 차원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전문가단은 최종 보고서에서 '진실위원회' 구성을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미국과 한국은 자국의 북한인권법에 의거해 진실위원회의 설립과 조사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