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내에서 자행되는 주민의 강제노역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24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됐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인권단체 '유럽연합-북한인권(EAHRNK)'은 24일 런던의 한 교회(St. Anne's Church)에서 북한 여성들이 경험하는 일상적인 강제노역(North Korean Memoirs, a discussion on forced labour in North Korea)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 단체 박지현 간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몇 몇 회의장에 연사로 나오는 탈북자들이 아닌 일반 북한 주민의 이야기를 전하는 행사라고 말했습니다.
박 간사: 사람들이 강제노역이라면 감옥에서의 일만 생각하는데 강제노역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많아요. 북한에서의 학교 교육부터 시작해서 직장에 배치 받는 것 등 북한에서는 모든 일이 강제노역이거든요.
이날 토론회에는 평양 인근 출신으로 영국에 정착한 탈북자 고 모 씨와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강지영 씨가 평양과 지방 간의 극심한 생활 격차와 주민들이 겪는 강제노역의 차이점에 관해 밝혔습니다.
강 씨는 탈북 후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후 함경북도 도직결소에서 강냉이 알을 땅에 직접 넣고 묻는 강냉이 직파에 동원된 수감자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배고픔에 강냉이 알을 주어 먹다가 매를 맞으면서도 강냉이를 한 알이라도 더 입에 넣으려고 아우성치던 상황 등을 전했습니다.
고 씨는 24일 행사에 앞서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에서 15살까지 살면서 겪었던 농촌 동원 등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오후에 많게는 네 시간, 중학생이 되면 봄 가을 한, 두 달 씩 아예 공부를 하지 않고 농사일에 동원됐다는 것입니다. 봄철 벼 모내기를 배우러 나가거나, 추수철이면 농촌에 가서 밭을 훑으면서 벼 이삭을 줍거나, 여름철 기차 철로가 더위에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양동이를 들고 강에서 물을 떠다가 철로를 식히는 일 등에 동원됐다고 설명했습니다. 고 씨는 특히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게 바칠 비둘기 먹이로 메뚜기를 바치는 데 동원되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 씨: 김일성, 김정일이 먹는 비둘기를 먹인다고 저희한테 메뚜기를 잡아오라고 해요. 실에 끼워서 2미터 정도를 바쳐야 하는데 메뚜기를 실에 꿰면 몸길이가 0.5센티미터 정도 되나요? 그러면 몇 백 마리를 잡아서 2미터를 학교에 바쳐야 해요.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소년단원에 가입하면 매년 한 번 씩 추수 전에 벼 밭에 나가서 메뚜기 잡는데 동원되고, 토끼 가죽이나 구리 바치는 꼬마 과제 등을 완수하지 못하면 집으로 돌려 보내지거나 벌을 받곤 했다는 것입니다.
박 간사는 이 토론회가 북한 주민들이 일상에서 겪는 인권유린을 유럽에 알리기 위한 이른바 '탈북자 회고록(North Korean Memoirs)'이라는 장기 프로젝트와 연관된 행사라고 설명했습니다. '탈북자 회고록'은 고위층 엘리트 출신 탈북자 등 일부 잘 알려진 인사들의 이야기가 아닌 대다수 주민이 늘 겪어야 하는 인권유린을 유럽인들에게 알리기 위해 탈북자의 경험을 정리한 기록입니다. 회고록은 영어와 한국어로 제공되며 프랑스와 러시아어로도 번역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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