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한반도 비자발적 가족 분리’ 해결 촉구

7일 서울에서 열린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보고서 설명회에 참석한 시나 폴슨 소장.
7일 서울에서 열린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보고서 설명회에 참석한 시나 폴슨 소장. (사진제공: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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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반도 내 '가족 분리' 문제의 시급한 해결을 촉구하는 유엔 최초의 보고서가 7일 발표됐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Office of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는 7일 한반도 내 '비자발적 가족분리'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지적한 보고서(Torn Apart: the Human Rights Dimension of the Involuntary Separation of Korean Families)를 발간했습니다.

1950년대 한국전쟁, 북한에 의한 납치와 강제실종, 그리고 탈북으로 인해 헤어진 가족들이 만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단순한 이산가족(separated families)이 아닌 '비자발적 가족분리(involuntary separation of families)'로 규정한 보고서입니다.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Zeid Ra'ad Al Hussein)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이날 보고서 관련 성명에서 비자발적 분리 피해자들이 진실을 밝혀내고 사랑하는 가족과 연락이 닿도록 노력하는 가운데 이들은 계속해서 상상하기 어려운 정신적, 심리적, 사회·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따라서 이들의 재결합을 위한 실질적이고 인도주의적 접근법을 제시합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의 시나 폴슨(Signe Poulsen) 소장은 7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비자발적 분리(involuntary separation)를 일으킨 인권 유린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폴슨 소장: 비자발적 분리가 발생한 이유도, 지금까지 60년 이상 계속되는 이유도, 근본 원인인 구조적인 인권유린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표현의 자유, 이동의 자유, 정보의 자유 등을 박탈한다면 이 문제는 계속될 것입니다. '비자발적 가족분리'가 절대 우연한 일이 아니라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인권 상황' 때문에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피해자의 고령화와 사망으로 인해 시급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많은 북한 인권 문제 중에서 가족 분리를 주제로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폴슨 소장은 강조했습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한국 내 이산가족 24명의 증언을 청취하고 보고서에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특히 남편이 납북돼 가장의 역할을 맡았던 여성의 고통, 한국전쟁 당시 여성이 배에 타면 저주를 받는다는 미신 때문에 걸어서 남한에 도착했지만 미혼여성이라는 이유로 간첩이라는 의심을 받았던 80대 여성의 증언 등 여성에 대한 성차별도 조명했습니다.

폴슨 소장은 보고서에 기술된 피해자들의 유형은 다르지만 그들의 공통적인 바람은 자신들의 고통을 알아주고 가해자에 대해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폴슨 소장: 책임 추궁 문제는 현재 시행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우선 헤어진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가능하면 다시 연락을 취하고 싶어합니다. 이를 위해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 대한 여행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외부 세계와의 소통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폴슨 소장은 보고서가 스위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를 통해 북한에도 전달되었다며 북한과 보고서 권고 이행 방안 등에 대해 대화하길 원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국제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국장은 '납북'은 북한이 '자행한' 가족 분리이고 전쟁 후 남북한에 흩어진 '이산가족'은 북한에 의해 '지속되고 있는' 가족분리라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이들은 모두 '북한에 의한 반 인도적 범죄의 피해자'라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북한 지도부에 이 같은 메시지를 보내는 이번 보고서를 환영한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