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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 13차 유엔 인권이사회(Human Rights Council)는 18일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UPR) 최종 보고서를 진통 끝에 채택했습니다.
북한은 유엔 회원국들이 제시한 권고 사안에 대해 수용할 지 여부를 밝히지 않고 기존의 입장만 번복함에 따라 일부 회원국들은 이의를 제기하며 북한의 인권 개선 의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이수경 기자가 전합니다.
이날 오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유럽 본부에서는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 최종 보고서를 채택하는 회의가 열렸습니다.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해 12월 실시된 보편적 정례검토 실무회의 당시 유엔 회원국이 권고한 169개 항목 가운데 공개처형의 중단과 고문과 비인도적인 처벌의 근절,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여행의 자유 보장 등50개 항에 대해서는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 확인했습니다.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의 리철 대사는 이날 발언에서 북한의 모든 인민은 평등한 사회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다며 50개의 권고문을 배격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리 대사는 이어 북한인권특별보고관 제도는 유엔무대에서 강압적인 결의로 채택됐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리철: 북한은 착취와 억압을 모두 청산했습니다. 북한의 어떤 기구에도 차별이 있는 조항은 전혀 없습니다.
북한은 특히 실무회의 당시 추후 검토하겠다고 통보한 나머지 117개 항에 대해서도 항목별로 수용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답변하지 않고 기존의 입장만 되풀이 했습니다. 리 대사는 국제인권협약의 의무 이행과 가입, 국제기구의 인권문제에 관한 기술적 지원 수용, 북한의 경제위기에 따른 생활고와 취약계층의 인권개선, 그리고 이산가족의 상봉 노력 등에 대해 사안별로 언급은 했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나 수용 여부는 내놓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이같은 태도에 대해 남한과 미국 일본, 프랑스, 노르웨이 등 일부 회원국들은 “유감스럽다, 실망이다” 라는 입장을 밝히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남한 정부 대표는 발언을 통해 북한이 구체적인 이행 약속을 하지 않아 실망했다고 말하고, 특히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대한 협력을 거부하고 고문과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탈북자들에 대한 인권 보호를 여전히 배격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대표로 참석한 로버트 킹 북한인권특사도 이날 발언을 통해 북한이 수용소 제도의 폐지와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라는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북한이 국제노동기구( ILO)에 가입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노르웨이는 인권이사회 의장이 최종 보고서를 채택하기 직전에 이의를 신청하고 북한이 회원국들이 제기한 권고 사안 가운데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거부할 지 확실히 밝히지 않았다며 정회를 요청해 회의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노르웨이 : 북한에 대한 보편적 정례검토의 최종 결과가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노르웨이도 어제 보편적 정례검토의 최종 보고서를 채택했지만 노르웨이의 경우 회원국들이 권고한 사안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은 거부하고 어떤 사안은 받아들일 지 분명히 밝혔습니다. 북한의 분명한 입장을 듣기 위해 정회를 요청합니다.
프랑스도 북한이 회원국들의 권고 사안 가운데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국제무대에서 줄곧 북한 측 입장을 옹호해 온 쿠바의 추가 발언을 끝으로 최종 보고서의 채택이 이뤄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로비 활동을 위해 현재 제네바를 방문 중인 남한의 원재철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이날 소극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더 심각하게 인식하게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원재철: 예를들어 117개 검토 사안이 있으면 1번은 받아들이고 2번은 안받아들이고 이렇게 해야 나중에 그 사안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데 북한은 두루뭉술하게 얘기를 해버렸습니다. 오늘 회의에 참석했던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이런식으로 북한이 국제사회에 대해 부담없이 가게 해서는 안되겠다라는 인식이 서로 암묵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원 교수는 이어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유엔의 첫 보편적 정례검토는 이날 최종 보고서의 채택으로 일단 마무리 됐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원 교수는 4년 뒤 실시될 북한에 대한 다음 보편적 정례검토 때까지 국제사회는 북한이 검토하겠다고 밝힌 권고사안을 구체적으로 이행하도록 감시하고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