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기록보존소’ 관할권 부처간 이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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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의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19일 ‘북한인권법안’을 상정했습니다. 하지만 통일부와 법무부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관할권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된 북한인권법안의 제10조는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도록 했습니다. 통일부 장관이 지도 감독하는 이 재단은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돼 있습니다.

이 보존소는 과거 동독의 인권범죄를 기록한 서독의 ‘잘쯔기터’ 인권침해 중앙기록보존소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게 설립 취지입니다. 법제사법위원회의 19일 전체회의에 참석한 한나라당 홍일표 의원입니다.

홍일표:

서독의 잘쯔기터 인권기록 보존소가 서독의 동독과의 통합 과정에서 동독의 인권침해 상황을 다 기록했다가 나중에 그걸 정치범 재판을 다 했지 않습니까? 그런 걸 우리도 이제 해 보자, 이렇게 해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도 여기에(법안에) 들어가 있는데…

한나라당의 손범규 의원은 북한인권법안에 적시된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역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손범규:

독일에서는 말이죠, 동독과 서독의 접경에, 동독의 인권탄압에 시달리다 넘어온, 우리말로 하면 탈북자죠, 이런 사람들의 진술을 검사들이 다 조서로 해놨습니다. 우리나라에 빗대 말한다면, 요덕 수용소 같은 곳에서 부녀를 강간하고, 굶겨 죽이고, 그런 식의 인권탄압, 그리고 인도적으로 지원된 물자를 횡령하는 진짜 파렴치한 자들이 어떻게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짓밟았는지에 대해서 진술하면 전부 조서로 만들어서 가지고 있다가, 북한땅이 대한민국의 실효적 지배 안으로 들어왔을 때는 그런 참고인 진술조서, 피해자 진술조서에 기반해서 나쁜 짓을 한 자를 잡아서, 그자에 대해서만 조사하면 신속하게 처벌할 수 있게 준비를 하는 겁니다.

과거 서독은 법무부가 중앙기록보존소를 관할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 국회에 계류돼 있는 북한인권법안은 통일부를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소관 부처로 삼고 있습니다.

한국의 법무부는 북한인권법도 서독처럼 인권기록보존소를 법무부에 두는 방향으로 법안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습니다. 단독으로 인권기록보존소를 관할할 수 없다면, 최소한 통일부와 함께 공동으로 관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이금로 전문위원은 이 같은 법무부의 견해를 19일 전체회의에서 보고했습니다. 통일부는 북한 당국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이 껄끄러워하는 인권문제를 통일부가 직접 다루기보다는 법무부가 나서는 게 맞지 않느냐는 논리입니다.

이금로:

통일부가 북한인권을 전담하는 단독 주무부처로 될 경우, 통일부의 대북 교섭력 악화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으므로, 인권옹호 주무부처로서 국가 인권정책 기본계획 담당 부처인 법무부를 북한 인권의 공동 주무부처로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 밖에도 법무부 관계자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인권범죄 사안들을 추후 형사소추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범죄 구성요건에 맞춰서 공적 증거능력을 갖춘 조서로 꾸며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갖춘 법무부가 소관 부처가 되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법안이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를 상징적으로 경고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나중에 실제로 법으로 다스리려고 한다면, 어차피 법무부가 나설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논리도 이 관계자는 내세웁니다.

이 관계자는 또 “법무부가 소관 부처로 될 경우, 이는 북한 당국에 통일 이후 형사처벌을 경고함으로써 인권 침해를 억제하는 효과가 높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통일부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법무부 아래에 두거나 공동 소관 기구로 삼자는 의견에 일단은 반대 의사를 나타냈습니다. 19일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현인택 통일부 장관입니다.

현인택:

법무부가 일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저는 있다고 봅니다. 다만 인권법안 전체를 법무부와 공동 주무 부처로 규정하게 되면, 정부 부처 둘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 효율성의 문제나 여러 가지 집행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북한인권법의 입법 취지나 모든 걸로 봐서는 통일부가 주무 부처가 되는 게 옳습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법무부하고 유기적으로 잘 협조할 수 있도록 해 주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통일부는 이처럼 단독 주무 부처가 되기를 희망하는 가운데, 일부 의원들은 ‘법무부가 소관 부처를 맡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북한인권의 심각성과 시급성을 고려해 현 법안을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자유선진당의 조순형 의원은 “의원 입법 과정에서 4가지 종류의 북한인권법안이 나왔고, 심의 과정에서 하나로 합쳐지면서 현재의 법안은 ‘선언적 규정’이 돼 버렸다”면서 “하지만 이 법안의 문제는 추후 개정을 거치면 되기 때문에 현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19일 전체회의에서 통일부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발언하고 있는 조순형 의원입니다.

현인택:

의원 입법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조순형:

그렇죠. 지금 내가 그걸 따지려는 건 아니고, 이것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그러니까, 만족스럽진 않지만, 여러 가지 부족한 건 차후에 법 개정을 하면 되고. 법무부 장관! 다음번에 이걸 개정하세요. 한 1년 정도 시행하다가 충분히 검토해서, 그 때 가서 공동 부처로 하던지 뭘 하든지 하세요. 지금 이 단계에서, 이 시기에 이 문제를 제기하면 안 됩니다. 인권법이 통과가 안 돼요. 오늘 안 하면. 왜 이런 문제를 (지금) 제기합니까. 진작 했어야지. 외통위 심의 과정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7일 다시 전체회의를 열고 북한인권법안 문제를 논의할 예정입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 부처 간 조정을 거치고 있으며 27일까지는 입장을 정리하려 한다”고 21일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