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통해 본 북한 어린이들의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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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기념해 서울에서는 이색 그림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북한 인권에 대한 한국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생각을 그림으로 나타냈다고 하는데요.

전시회 현장을 노재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이번 그림 전시회에서 영예의 금상을 받은 작품은 서울 상암고등학교 3학년 김지선 양이 그린 ‘날 수 없는 나비’입니다. 작품을 보면 나비의 형상을 한 어린아이가 거미줄에 걸린 채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동당 기가 새겨진 거미는 아이를 향해 가고 있고, 날개가 찢겨 더 이상 날 수 없는 아이의 두 손에는 붉은색 꽃 한 송이만이 들려 있을 뿐입니다. 작품에서 거미줄은 자유롭지 못한 북한 사회를 표현한 것이며, 거미줄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나비는 북한 어린이를 빗댄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이의 손에 들린 꽃으로 인해 언젠가는 자유가 올 것이란 희망을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이번 공모전을 심사한 화가 조의환 씨의 말입니다.

조의환 : 그리는 능력도 봤지만, 주제에 대한 이해나 그것에 대한 해석을 얼마나 잘했는가를 더 중점적으로 봤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주최하고 주한 네덜란드대사관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번 그림 공모전은 12월 10일 ‘세계인권의 날’을 기념해서 열린 것입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 윤현 이사장은 “작품을 통해 북한 인권에 대한 참가 학생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며 “참가 학생들의 수준이 기대 이상으로 높았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응모자들은 북한 어린이들의 인권상황을 공부하고 자신이 느낀 점을 독창성 있게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림 공모전에는 230여 명이 응모했으며, 이 중 35명의 작품이 시상식이 열린 한국언론재단 회견장에 전시됐습니다. 부천중학교 3학년 양시복 군과 신일고등학교 2학년 김영준 군의 말입니다.

양시복 :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선생님들이랑 계속 자료를 찾아보고 그러니까 북한 어린이들이 어떻게 억압받고 있는지 알겠더라고요.

김영준 : 이번 공모전 그림은 주제에 대한 설명을 작성토록 돼 있어 그 항목에 대해서 더 조사하게 되더라고요. 북한에서 어린이들이 어떻게 살고, 북한의 현재 상황이 어떤지를 알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이번 그림 공모전에는 탈북 청소년 5명도 참가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장려상을 받은 탈북청소년 김혜련(가명) 양은 수상 소감을 대신해 고향에 있는 친구들에게 안부 인사를 전했습니다.

김혜련 : 용기 잃지 말고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살았으면 좋겠고요. 인권이 없지만, 거기서도 꿋꿋이 살았으면 좋겠어요.

서울 한국언론재단에서 열린 이날 시상식에는 200여 명의 관객이 모여들어 북한 인권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시상식에 참석한 한동대학교 원재천 교수는 “세계인권의 날을 기념해 북한 인권을 다룬 그림 전시회가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히 북한 어린이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