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림일, 제네바서 북 강제노역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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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에서 24일 열린 인권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탈북자 림일 씨.
스위스 제네바에서 24일 열린 인권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는 탈북자 림일 씨. (사진-유엔 워치 웹사이트 캡쳐)

앵커: 1990년대 쿠웨이트 건설현장에서 일한 탈북자 림일 씨는 24일 스위스 제네바의 인권회의에서 북한의 노동자 강제송출의 실태를 고발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림일 씨는 24일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Geneva Summit for Human Rights and Democracy)에서 북한이 해외 노동자 송출로 잔혹한 독재정권을 지탱하는 자금을 거두어 들인다고 지적했습니다.

민간 유엔감시기구 ‘유엔워치’ 등이 매년 3월을 전후해 개최해 온 이 행사는 올해로 7번째입니다. 이날 행사 진행자는 림 씨의 이야기는 북한의 인권유린에 무지한 청중을 향한 강한 질타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진행자 : 북한의 엄청난 인권 참상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림 씨 마음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현대사회의 새로운 노예제도라 할 수 있는 노동자 강제 송출은 북한 당국의 수입원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림 씨는 이 문제에 국제사회가 관심을 갖도록 호소합니다.

1996년 11월 쿠웨이트 건설 노동자로 파견되었던 림 씨는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수용소 같은 작업현장에서 아침 7시부터 밤 늦게까지 일을 하고 외부에 맘대로 나가지도 못 했다고 밝혔습니다. 열사의 나라 쿠웨이트의 땡볕을 견딜 수 있도록 다른 외국인 근로자에게 하루 세 시간씩 주어졌던 점심시간이 북한 노동자들에게는 한 시간 만 주어졌고, 게다가 매주 두 세 번씩 자정까지 추가 근무를 하도록 강요당했다고 그는 설명했습니다.

림 씨는 북한 당국이 약속했던 월급 120달러의 10퍼센트도 지급 하지 않았고, 지도자의 정권 유지 비용으로 월급의 90퍼센트 이상을 떼어 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방글라데시나 파키스탄 등에서 온 근로자들은 월 450달러에서 750달러까지 받고 일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쿠웨이트에 파견되고 누린 유일한 혜택은 북한에서 상상할 수 없는 고깃국을 포함한 식사를 하루 세 번 먹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아산정책연구소와 인권단체 북한전략센터 등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러시아의 벌목장이나 중국의 열악한 공장, 중동의 건설현장, 아프리카 독재자들의 동상 건립 현장 등 세계 수 십 개국에 노동자를 송출하고 있습니다. 5만에서 10만여 명에 달하는 북한 해외 노동자를 통해 당국은 연간 수 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인한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를 피하기 위해 김정은 정권이 해외 노동자 파견을 대폭 늘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한국의 인권단체 NK워치는 다음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되는 제28차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해외 노동자들의 인권 착취 실태 조사를 촉구할 예정입니다. 이 단체 안명철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유엔이 이 같은 조사를 하도록 림 씨를 비롯한 해외 송출 노동자 출신 탈북자 13명의 청원서를 ‘유엔 현대판 노예제도에 대한 특별보고관(Special Rapporteur on Contemporary Forms of Slavery)’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전 세계에서 가장 인권탄압이 심한 나라들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매년 봄 개최되는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제네바 정상회의에는 북한의 장마당 세대 탈북 대학생 박연미 씨가 자신이 겪은 인권 유린 참상을 낱낱이 고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