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독일 베를린 장벽박물관에 전시된 북한인권 탄압 실상을 재현한 그림과 동영상이 독일인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재독한인인권옹호협회는 이달초부터 베를린 장벽박물관에서 ‘고문’을 주제로 한 북한인권 유린 그림과 동영상 45점을 전시 중입니다.
이 협회의 쾨펠 연숙 회장은 지난 1일 시작된 이번 전시회가 베를린 뿐 아니라 뒤셀도르프, 프랑크푸르트 등 독일 사회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시회장에 영어로 된 북한 정권 관련 서적도 동이났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쾨펠 회장은 따라서 박물관 측이 전시품 작품 설명 등을 다른 외국어로 번역해 7월말 전시회가 끝난 후 상설전시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쾨펠 연숙회장 : 장벽박물관이 현재 영어로 되어 있는 것45점을 전시하는데, 다른 언어로 번역해 상설전시장으로 올릴거예요. 독일어, 한국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로 번역되서요.
쾨펠 회장은 독일인들이 이와 같은 참혹한 북한의 인권 상황에 매우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14호 개천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가 받은 고문의 상처 등 탈북자가 경험하고 들었던 고문 관련 자료와, 독일 튜빙겐 대학에서 경제박사학위을 받고 북한 당국에 속아 북한으로 갔다 탈출한 오길남 박사 등의 이야기가 전시돼 있다고 쾨펠 회장은 설명했습니다.
쾨펠 회장은 그러면서 주한 독일 대사를 역임한 미하엘 가이어(Michael Geier) 독한협회 총재는 지난달 30일 개막식 축사에서 과거 독일정부가 북한 인권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했던 점을 사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쾨펠 회장 : 독일이 통일된 이후니까 그 때 당시 독일 (정치인) 모두가 한국도 남북관계가 (한국의) 햇볕정책과 아울러 아주 긍정적으로 움직이고 있고, 넓게 보면 금방 통일되어 정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북한 주민의) 인권에 관심을 못써서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인권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못한거죠.
가이어 총재가 주한 독일대사를 지낸 시기(2003년부터 2006년)에는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후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컸기 때문에 독일 정부가 북한의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한편, 이날 개막식에 참석했던 독일 베를린의 북한인권단체 ‘사람’의 니콜라이 슈프리켈스(Nicolai Sprekels) 공동대표도 가이어 전 대사의 발언을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는 자신이 알기에 독일 정부의 전·현직 고위관리가 북한인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점을 사과한 것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슈프리켈스 대표는 그러면서 독일정부가 과거 10여 년간 문화적 교류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키려 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며 이젠 북한인권 책임자 처벌 문제 등 인권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 제2차대전과 냉전시대에 동독과 북한의 고위관리들의 다양한 만남을 갖는 등 독일은 유럽 어느 국가보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는 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