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남북한과 미국, 영국 등 5개국 젊은 인권운동가로 구성된 국제인권단체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의 이영환 국장은 북한의 인권유린 가해자들에게 책임 추궁 가능성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의 급격한 정치적∙사회적 변동이나 한반도 통일 등 북한의 전환기가 도래할 것에 대비한 이 단체의 활동에 대해 들어봅니다.
양희정 기자입니다.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이 지난 11일 서울의 고려대학교에서 개최한 ‘전환기 정의와 북한’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이 단체의 이영환 국장은 북한이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될 ‘전환기’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9월 이 단체를 창설한 이영환 국장으로부터 ‘전환기 정의’란 무엇인지 자세한 내용을 들어보겠습니다.
이 국장 : 전환기가 북한에 오게 될 때, 꼭 북한의 민주화라는 거대한 목표까지는 아니더라도 북한 내부 체제가 상당히 불안하다고 보시는 분들이 많고, 3대까지 내려가면서 계속 지탱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닐 거라고 보는 그런 관측도 많고요. 어떤 식으로든 북한 내부에서 정치∙경제적인 큰 변화가, 그걸 체제 전환으로 보시는 분들도 계시고, 그런 큰 변화가 일어날 때, 또는 갑작스럽게 통일과정으로 이행하는 단계가 될 때 이 모든 걸 다 아울러서 전환기라고 우리가 이야기 할 수 있고, 그 전환기가 됐을 때 중요하게 대두되는 문제가 바로 지금 우리가 다 같이 주시하고 있는 인권문제인데요. 그 전환기의 인권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위해 좀 더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해 보자는 것이 저희 단체가 설립된 배경이고요.
이 국장은 지난해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 보고서에서 지적한 북한의 인권유린 책임, 반 인도적 범죄, 국제형사재판소 회부와 관련해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권 운동가들이 실질적으로 취할 수 있는 준비를 위해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을 설립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국장 :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 말 그대로 실무적인 일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저희가 표방했습니다. 그래서 주요한 프로젝트로 앞으로 오랫동안 진행될 것이 북한의 공개∙비공개 처형, 또는 수용시설에서 적법한 재판 없이 사망하거나 북한 내부에서 실종되거나 신원을 알 수 없게 된 분들이 어떤 곳에든 집단적으로 매장돼 분명 있을 텐데 그런 곳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그게 통일 이후에, 혹은 북한에 실제로 갈 수 있을 때에야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대부분인데 저희는 그런 준비를 미리 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탈북자가 가진 관련 정보나 인공위성 사진 등을 활용해 북한 내 집단 매장 추정지를 지도화하는 작업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가해자 처벌과 적법한 절차 없이 인권유린의 피해자가 된 사람들은 물론 그들 가족과 친지들의 고통에 대한 배상 등을 위한 준비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 국장 : 전 세계에서 그런 일을 겪었던 나라들의 대부분이 법정재판 즉 가해자 처벌에만 신경을 많이 쓰다 보니까 실제로 피해자들의 시신을 찾고 가족들에게 배상책을 논의하는 경우가 적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전환기의 정의가 구현된 나라들이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적은 숫자밖에 없었구요.
유해 매장지 발굴과 유해 수습, 유전자 감식과 같은 신원확인 작업 등을 거쳐야 법정에서 가해자 처벌을 위한 증거로 채택될 수 있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이 국장 : 민주적 전환기라든지 독재권위주의에서 그보다 조금 완화됐지만 여전히 비 민주적인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그걸 미리 할 경우 그런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된 상태에서 빠르게 진행할 수 있고 준비가 안되어서 나중에 할 일이라고 미뤘을 경우에는 그런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분명히 북한의 전환기는 닥칠 예정인데 그 준비를 미리 하지 않으면 나중에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이라는 것 때문에 바로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
이 국장은 한국에서는 국제법상의 광범위한 전환기 정의 실현보다 좁은 의미인 ‘과거사 청산’이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 먼저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에게 정확한 권리를 알릴 필요성을 느꼈다고 밝혔습니다.
이 국장 : 탈북자들이 전환기 정의가 무엇이고 어떤 것을 나라와 국가 공동체에 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먼저 해 둠으로써 나중에 실제로 북한 지역에 있는 북한 주민들이 응당히 내야 할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런 준비를 지금부터 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번 워크숍 같은 경우에는 그런 맥락에서 진행이 됐습니다. 북한에서 오신 분들 중에 인권활동이나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 일하시는 분들이 제일 먼저 전환기 정의는 무엇이고 세계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경험이 있었고 어떤 것을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지를 먼저 공부하고 이해한 후에 북한의 전환기가 도래할 경우 경제적 배상, 북한 지역에서 국영, 사유 재산 등과 관련된 재산권 소유권 분쟁이 심각하게 벌어질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미리 예측해 보고 …
이 국장은 북한 엘리트 층에 인권유린 책임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이 단체가 오는 9월에 개최하는 국제회의를 통해 미래 정책을 수립할 한국 각 부처 관료, 유엔 북한인권 현장사무소 등 유엔 관계자, 한국 내 각국 외교관 등을 초대해 북한의 전환기 정의 구현을 위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입니다.
이 국장 : 책임성과 관련된 얘기를 아무리 강조해도 본인들이 자신들이 직분에 관련된 일을 했을 뿐이야 라고 담담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임성 문제는 북한에 계속 이 메시지를 전해야 북한의 지도층, 엘리트, 인권유린 집단들이 북한 내부에서 생각을 바꿀 사람들이 이런 메시지를 통해서 나올 수 있다고 저희는 생각합니다.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은 미국,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즉 화란 등의 법률, 외교, 첨단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자문단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의 전환기가 어떤 형태로 올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세계 각국의 전환기 정의 사례에 대한 비교 연구와 미국의 국제민주연구소(NDI) 등과의 협력을 통해 가해자 처벌, 진실 규명, 화해, 배상 등 북한의 인권유린과 관련된 전환기 정의 실현에 대한 착실한 준비를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