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인권결의안이 유엔 총회 제3위원회를 통과한 것을 축하하는 기자회견이 서울에서 20일 열렸습니다. '북한 반인도 범죄 철폐 국제연대' 등이 공동주관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이제는 남한의 국회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킬 차례"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하는 21개 단체가 20일 서울에 있는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최근 북한인권결의를 채택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환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은 북한 외무성이 성명을 내고 유엔의 인권결의를 “배격”하며 “전쟁 억제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열렸습니다.
회견 참석자들은 “지난 15년 여간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일해 온 NGO(비정부기구)들이 노력한 결실이 맺어진 것”을 자축했습니다.
유세희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이사장: 앞으로도 갈 길은 꽤 멉니다만, 일단 첫번째 관문에 우리가 올라섰는데, 정부가 못 해낸 일을 우리 민간 NGO들이 해낸 겁니다.
유엔 총회에서 인권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는 뉴욕 현지시간으로 18일, 북한인권결의안을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로 통과시켰습니다.
다음 달 중 유엔총회 본회의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전망되는 북한인권결의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고 책임자를 제재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결의안 반대가 예상되고 있어 이 사안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이 같은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이 인권 범죄자라는 인식을 국제사회가 갖게 됐다는 점에서 큰 성과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태훈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대표: 비록 유엔총회 결의가 법적, 실질적 구속력은 없다고 할 지라도, 상징적 구속력은 안보리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왜냐면 이미 북한 정권은 정치적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급소를 제대로 맞은 것이죠.
이번 북한인권결의안 통과로 인권운동의 성격도 바뀌었습니다.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 사무국장은 “과거엔 북한의 인권 상황을 널리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 북한 인권 운동은 책임자를 규명하고 처벌하는 단계로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면서 “이는 북한 인권 운동의 또다른 시작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권 국장은 유엔의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노력에 발맞추는 차원에서 한국사회도 해야할 일이 있다고 말합니다. 특히 국회의 북한인권법안 통과가 급선무라고 지적합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집권여당의 국회의원들도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부끄러운 면이 있다”고 인정합니다.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우리 국회가 국제사회를 선도하지는 못할 망정 최소한 보조라도 같이 맞춰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북한인권법을 10년째 잠을 재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더 분발해서 북한인권법이 꼭 처리되도록 여러가지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북한인권법안은 지난 2005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고, 이후에도 수차례 만들어졌지만 여야간의 이견으로 모두 폐기됐습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 야당이 계속 반대하는데, 결과적으로 역사에 죄를 짓는 거라는 자각을 좀 했으면 좋겠어요.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끈기를 가지고 야당을 설득해야죠.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야당은 북한인권법이 북측 지도부를 자극할 수 있고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법제화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야당은 북한인권법을 만들더라도 북한 주민의 먹고 살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대북 지원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 북한인권법은 이미 10년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미국은 2004년에, 그리고 일본은 2006년에 북한인권과 관련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에 기초해 북한 인권운동 단체와 탈북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