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북 인권법안은 자동 폐기하라”

‘올바른 북한인권법과 통일을 위한 시민모임(올인통)’이 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제65차 ‘화요집회’를 갖고 있다.
‘올바른 북한인권법과 통일을 위한 시민모임(올인통)’이 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제65차 ‘화요집회’를 갖고 있다. (RFA PHOTO/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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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에서 북한인권법을 제정하기 위한 노력이 여전히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은 5일 "엉터리 북한인권법안은 차라리 자동 폐기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인권법을 만들려면 "올바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인권법안의 제19대 국회 회기 내 처리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습니다.

오는 8일 임시국회 일정이 끝나는 가운데 북한인권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국회도 북한인권법 제정 없이 끝나게 될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임시국회를 다시 소집한다고 해도 의원들은 오는 4월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각자 지역구로 흩어져야 하는 상황이어서 ‘개점휴업’할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북한인권법안은 지난 2005년 처음 발의됐으나 여야 이견으로 지금껏 입법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5일에도 영하의 날씨 속에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는 20여명의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모여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습니다.

‘올바른 북한인권법과 통일을 위한 시민모임(올인통)’은 제65차 ‘화요집회’에서 여당과 야당이 지난해말 각각의 쟁점 법안을 절충하는 시도를 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북한인권법의 핵심 사안인 북한인권 기록보존소를 법무부가 아니라 통일부에 설치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새해 첫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이를 야당의 “물타기 작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인권법을 욕되게 하지 말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기록보존소의 역할은 향후 북한 인권 침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근거를 남기는 것인데, 이를 어떻게 통일부가 할 수 있겠느냐는 겁니다.

오봉석 올인통 사무총장: 그러한 엉터리 법이라면 차라리 자동 폐기하고 20대 국회에서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제정해달라는 것이 올바른 북한인권법을 위해서 지금까지 목소리를 높여온 우리들의 의견입니다.

올인통 상임대표인 김태훈 변호사는 북한인권법 절충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습니다.

김태훈 올인통 상임대표: (절충안에 따르면) 통일부가 수집한 자료를 3개월 후에 법무부에 넘겨주면 법무부가 이를 처리한다는 겁니다. 이건 아주 잘못 된 겁니다. (법무부가) 범죄를 수사하면서 어느 기관에서 주는 것만 기다려서 합니까? 그래서 무슨 수사를 할 수 있습니까? 또 하나 잘못된 게 있습니다. 통일부가 뭐하는 기관입니까?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통일부는 남북대화, 협력, 교류를 관장하는 기관입니다. 여기다가 북한이 제일 싫어하는 수사 기능을 맡겨 놓으면 대화가 되겠습니까, 교류가 되겠습니까? 죽도 아니고 밥도 안 됩니다.

김 대표는 절충안이 통과될 경우 이는 “이름만 그럴싸한 북한인권법이 될 것”이라면서 “통일부가 기록보존소를 관장하는 법안은 통과되지 않는 게 낫다”고 단언했습니다.

올인통은 2014년 1월 16일 발족했고 그해 10월 14일 국회 앞에서 제1회 ‘화요집회’를 연 것을 필두로 이날까지 매주 화요일마다 북한인권법안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습니다.

한편, 여당인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4일 북한인권법안 등 쟁점 법안을 놓고 진행되는 야당과의 협상과 관련해 “알맹이를 빼고 하는 것은 필요 없다고 해서 더는 양보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북한인권 기록보존소를 법무부 산하에 설치하는 내용의 새누리당 원안을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습니다.

이른바 “올바른” 북한인권법의 제정을 위해서는 “환영할 일”이라고 시민단체들은 평가합니다. 그러나 여당과 야당이 처리해야 할 법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인권법안은 협상 우선순위에서 점점 뒤로 밀리는 형국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