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의 야당인 민주당의 김한길 대표가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인권민생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인권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9년째 저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다소간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북한 정권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인권 문제를 이야기하더라도 북한 주민의 먹고살 권리를 더 강조하는 편이었습니다. 대북 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과거 민주당이 내세운 북한 인권 관련 법안에는 ‘민생’이 강조됐습니다. 관련 법안 중 하나의 이름도 ‘북한민생인권법’이었습니다.
그런데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한길 대표가 마련하겠다고 밝힌 법안은 ‘북한인권민생법’입니다. ‘인권’과 ‘민생’의 순서가 바뀐 겁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 민주주의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민주당은 북한의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직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과 민생을 개선하기 위한 '북한인권민생법'을 당 차원에서 마련할 것입니다.
아직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권을 앞세운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변화”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도 “환영”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순서가 바뀐 만큼 방점도 ‘인권’에 찍힌 게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 북한인권법안의 통과를 위한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14일에는 새누리당의 황우여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17대 국회때부터 애착을 가져온 북한 인권법 처리 문제를 비중있게 언급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습니다.
민주당이 이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다소간 변화한 모습을 보였지만, 새누리당측의 기존 법안에 담긴 ‘민간단체 지원 조항’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북한에 삐라(전단)를 날리는 민간단체 등을 재정적으로 후원할 경우 남북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민간단체 지원 조항’을 반대해 왔습니다.
또한 민주당은 새누리당측 법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가 인권 침해자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북한 응징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며 반대해 왔습니다.
이 같은 민주당의 반대로 인해 새누리당이 제출한 북한인권법안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돼 있는 상태입니다. 과거 17대와 18대 국회에서도 북한인권법안이 발의됐지만, 민주당이 반대해 논란 끝에 자동 폐기된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