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지원 ‘심의’ 조항 문제있다”

0:00 / 0:00

앵커 : 남한의 북한인권법 시행령 제정안을 놓고 시민단체들이 각각의 의견을 제시하는 연석회의가 7일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북한인권재단의 시민단체 지원과 관련된 조항이 가장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인권법의 시민단체 지원 ‘심의’ 조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대북방송과 대북전단 제작 단체 등에도 북한인권법에 따른 재정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로 자리잡은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북한인권법의 “올바른” 시행을 위한 연석회의를 7일 서울에서 열고 시행령 제정안의 개선을 위한 제안서를 발표했습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태훈 상임대표는 제안서에서 특히 ‘북한인권재단의 설립’에 관한 북한인권법 제10조를 문제 삼습니다. 이 조항은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가 ‘심의’하고 통일부장관이 ‘지정’하는 사업에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통일부 장관의 자문에 응하도록 만든 기구가 특별한 설명도 없이 심의 기구로 둔갑한 것은 법 체계상 맞지 않는다”면서 “심의 절차를 통일부 장관이 탄력적으로 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태훈 변호사 : 아예 시행령 해석을 명백하게 해서 심의절차를 통일부 장관이 정하자는 거죠. 심의절차에서 의결을 안 하고 심사와 토의하는 것으로 정하면, 그 결과 자문기구와 유사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거죠.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는 여당과 야당이 5명씩 추천하고 통일부 장관이 위촉해 구성합니다.

대북 삐라를 살포하는 민간단체에 대한 지원 여부처럼 민감한 사안을 자문위원회가 ‘심의’할 경우, 북한인권법이 여야 대립으로 11년이나 걸려 제정됐듯이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김 변호사는 우려했습니다.

‘심의’ 규정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다른 의견도 나왔습니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는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는 자문을 위한 선행 절차로 심의를 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통일부 장관을 법적으로 구속하는 게 아니다”라고 해석했습니다. 또한 심의절차를 통일부 장관이 정하도록 하면 이는 “족쇄”가 될 수 있다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밖에 이날 연석회의에서는 ‘북한 주민’을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으로 규정한 북한인권법 제3조를 문제삼는 의견도 상당수 제시됐습니다. 이 조항대로라면 중국에 있는 탈북자를 구호하기 위한 시민단체의 활동 등은 북한인권법의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은 연석회의에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북한인권법의 본래 취지는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북한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자는 것”이라면서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을 일시적으로 떠난 북한 주민도 북한인권법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시행령 제정안을 고쳐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날 연석회의는 통일부와 통일준비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와 국회의원, 대학교수, 시민단체 대표 등 30여명이 참여했으며, 이들이 발표한 의견은 제안서 형식으로 주무부처인 통일부에 제출됐습니다.

북한인권법 시행령 제정안의 입법예고 기간은 4월 29일부터 6월 8일까지입니다. 남한 정부는 앞으로 영향평가와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9월 4일 북한인권법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지난 3월 제정된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고 인권 실태에 대한 조사와 연구, 정책 개발과 건의,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지원 등을 하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