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 한 치 앞 볼 수 없는 탈북자 심정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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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최근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영화제 단편 부문에서 1등을 차지한 북한 인권 영화 '아리아'는 지난 2013년 탈북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북송된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졌습니다. 신현창 감독은 당시 탈북 청소년들이 느꼈을 두려움을 영화 '아리아'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목용재 기자가 22일 서울에서 신현창 감독을 만났습니다.

목용재: 신현창 감독님 안녕하세요.

신현창: 안녕하세요. 신현창입니다.

목용재: 감독님께서 만든 '아리아'라는 북한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가 지난 14일 막을 내린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먼저 축하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신현창: 작은 영화들은 만들어지는 것 자체로 그 의미를 다 하는 것이 대부분이거든요. 그렇지만 ‘아리아’는 작은 영화지만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기 때문에 더 많은 관객에게 얘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목용재: ‘아리아’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신현창: ‘아리아’는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는 탈북 소녀가 자신이 어떤 상황에 빠져있는지 확신할 수 없어서 자신의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통해 탈북자들이 가지고 있는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한 영화입니다. 또한 ‘스스로의 자유 의지를 가지고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자유로워진다’는 간단한 구조를 가진 영화입니다.

목용재: ‘아리아’는 북한 인권 영화인데요. 혹시 감독님께서는 북한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까.

신현창: 관심이 없는 쪽에 훨씬 가까웠을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는 라오스 한국 대사관 진입에 실패한 탈북 청소년들이 북송된 사건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저도 많이 분노하고 가슴도 아팠습니다. 저는 북한 인권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내가 왜 분노할까, 속상해할까’라는 혼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영화 대본이 나왔습니다.

목용재: 그렇다면 영화에 대해 질문을 드려볼게요. 제목을 ‘아리아’로 정한 이유가 있을까요.

신현창: ‘아리아’는 순 한글 말로 ‘천사’, ‘어린아이’를 의미합니다. 이탈리아어로는 가곡 ‘아리아’를 의미하고요. 이것을 악보 상에서 표현하면 영어 ‘에어(Air)’라고 표현합니다. ‘공기’, ‘숨’ 이런 다양한 해석이 있습니다. 이런 해석들이 제가 쓴 이야기와 일정 부분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아리아’가 적절한 제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목용재: 영화와 제목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이 관계가 있는 겁니까.

신현창: (영화 주인공이) 시각 장애아이기 때문에 아이가 소리, 특히 음악을 통해 자극을 받고 그것을 통해 변화되길 원했고요. 주인공인 탈북소녀를 연상하게 하는 단어가 ‘천사’, ‘어린아이’를 의미하는 ‘아리아’이기도 합니다. 또 ‘아리아’가 ‘공기’와 ‘숨’을 의미하기도 하는데요. 영화 마지막 장면을 자세히 보면 ‘은혜’가 영화상에서 한 번도 숨소리를 내지 않다가 숨소리를 크게 내는 모습이 나옵니다.

목용재: 영화 ‘아리아’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었나요.

신현창: 그건 아니고요. 가장 큰 계기는 라오스에서 북송된 어린아이들이었습니다. 그 아이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나름대로 그 아이들에게 감정이입을 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쓴 영화 대본이 ‘아리아’입니다. 나중에 탈북자들을 만나서 “이 이야기가 현실적인가요”라고 물으며 보여드렸습니다. 그랬더니 그분들은 이미 일어난 일일 수도 있고 앞으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라고 말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제작하는데) 나름 용기를 얻었습니다.

목용재: 주인공 은혜를 돕는 주체로 대사관 직원을 설정했습니다. 과거 일부 해외 대사관 직원들이 탈북자들을 불친절하게 대하거나 방치하는 행태를 보여 이런 사실이 지적되기도 했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신현창: 불친절한 정도가 아니었을 겁니다. 영화에서 가장 부족한 부분이라고 꼽을 수 있는 부분이 그 부분일 겁니다. 제 (영화 대본) 초고에는 대사관 직원들이 좀 더 부정적이고 강압적인 인물들로 나옵니다. 그렇게 표현한 것은 라오스에서 탈북 청소년들을 북송시킨 일에 대한 제 분노가 남아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죠. 이와 관련해 심사숙고해보고 넓은 시각에서 보려고 노력도 해봤습니다. 과연 대사관 직원들의 개인적 문제일 것인가, 아니면 한국, 외교부, 통일부 등의 구조적 문제였던 것인가. 판단했을 때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작은 영화에서 이런 것을 비판하고 공론화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그부분이 부각되면 ‘은혜’라는 탈북 어린이의 자유의지가 강압적인 인물 앞에 굴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스토리의 주제와 해외 공관 직원들의 잘못된 행동들은 분리돼야 하는 전혀 다른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저 아닌 누구라도 대사관 직원들의 구조적인 문제를 다뤄봐 줬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목용재: 그러니까 대사관 직원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면 탈북자 은혜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말이 희미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셨다는 거죠.

신현창: 저는 은혜가 스스로 자유 의지를 갖고 선택하길 바랐습니다. 그런데 대사관 직원들의 강압적인 성향이 표현되면 제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쉽게 표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판한다면 대사관 직원의 개별적인 부분보다는 구조적인 부분을 지적해야 합니다.

목용재: 영화에서 탈북자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시각장애 소녀를 통해 풀어낸 점이 신선합니다. 영화 주인공을 시각장애 소녀로 선정한 이유는 뭡니까.

신현창: 제 나름의 감정을 이 친구(주인공 ‘은혜’)에게 이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장 크게 공감한 부분은 결국 자신에게 닥칠 미래를 쉽게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두려움입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들. 이런 부분이 시각장애를 가진 분들의 두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고요. 제가 알기로 같은 탈북자분들조차도 서로 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영화상에서 ‘은혜’는 자기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소통의 문을 닫아버린 친구고요. 자신의 정체를 완벽하게 가리는 친구입니다. 은혜를 보살피는 ‘김 목사’라는 분이 “보위부가 남한말투를 써서 사람들 잡아간다”는 이야기를 해주면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신분을) 숨겨라”고 말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탈북자분들은 실제로 겪고 있고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시각장애를 가진 ‘은혜’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용재: 그렇군요.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영화 단편영화 부문에서 1등을 차지한 영화 아리아의 신현창 감독이었습니다. 감독님 감사합니다.

신현창: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