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길남, 유엔 인권이사회서 북 인권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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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른바 '통영의 딸' 신숙자 씨의 남편인 오길남 씨가 2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20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참석해 자신의 가족을 강제 구금하고 있는 북한 당국을 직접 고발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오 씨는 28일 오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민간인권단체(NGO)가 발언하는 순서에 등장해 북한의 강제구금 실태를 고발하고 자신의 가족을 석방시키기 위한 노력에 국제사회가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오 씨는 이날 이사회 발언 직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가족을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호소했다고 말했습니다.

오길남 박사: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 제가 한번 더 제 아내와 두 딸을 포옹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수용소에 갇혀 온갖 고초를 겪고 있는 사람들도 풀려나오는 전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오 씨는 이날 발언을 통해 요덕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된 자신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하겠다며 부인인 신숙자 씨와 두 딸 혜원, 규원 양은 25년 이상 북한 당국에 의해 강제로 구금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 씨는 북한 당국이 자신의 가족들을 구금한 이유는 오직 자신이 한국 학생 2명을 납치하라는 지시를 거절하고 1986년 북한을 떠났기 때문이라면서 그 이후 가족들은 상상할 수 없는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는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 씨는 또 자신의 가족을 구출하는 것은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서 온갖 고초를 겪고 있는 20만 수감자들을 구하는 첫 걸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 씨는 이러한 자신의 발언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주변 인권 관계자 등이 매우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설명했습니다.

오길남 박사: 회의장의 분위기가 저에게 굉장히 우호적이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손을 흔들고 와서 악수도 하고 그랬습니다.

오 씨는 이날 자신의 발언을 통해 자신의 가족들이 석방되고, 또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감자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오길남 박사: 이번 발언을 계기로 제 가족도 돌려받고 또 수많은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초를 겪고 있는 수감자들한테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 씨는 이날 오전 인권이사회에 참석하기에 앞서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를 방문해 북한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에게 보내는 서한(원문보기)을 전달했습니다.

이 서한에서 오 씨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달리 북한 인권상황 개선에 과감히 나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오 씨와 함께 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를 함께 찾은 ‘열린북한방송’의 권은경 국제팀장의 말입니다.

권은경 국제팀장: 지금이 김정은에게는 이 문제를 다루기에 가장 적기이다, 왜냐하면 김정은이 권력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고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가지고 김정은 정권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고,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이 앞으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길 원한다면 이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길 바란다는 내용입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부친의 반인도적 행위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만큼 만일 그가 오 씨의 가족을 석방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김 제1위원장의 이미지 제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이날 서한 전달 상황과 관련해 권은경 국제팀장은 대표부 앞에서 직접 북한 측 인사를 만나 서한을 전달하려고 약 15분 간 기다렸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권은경 국제팀장: 북한대표부 철문 앞에서 계속 초인종을 누르고 섰다가, 반응이 있는지 유심히 들여다봤습니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어서 10분, 15분 정도 있다가 그 곳 우편함에 서한을 넣고 떠났습니다.

권 팀장은 또 이날 인권이사회 회의장에도 북한 측 관리가 나와 오 씨의 발언 광경을 주시했지만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향후 계획과 관련해 오 씨와 권 팀장은 다음 단기 목표를 ‘오 씨의 두 딸 재회’로 설정하려고 한다면서 특히 독일(도이췰란드)과 스웨덴 등 유럽 국가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